차그룹, 7000억원 규모 생산법인 설립… 투자 본격화'수주 가뭄' 건설 계열사, GBC 착공에 이어 수주 '기대'
  • ▲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 모습. ⓒ연합뉴스
    ▲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하에서 대대적인 투자 확대를 밝히면서 충북 충주시에 이어 광주에도 생산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액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31일 광주시가 제시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합의하고 광주시와 1차 투자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와 광주시가 맺은 투자협약으로 신설되는 법인은 자본금 약 2800억원 등 7000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광주시가 자본금의 21%인 약 590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로, 향후 약 1680억원의 60% 지분에 대해서는 광주시가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재무적 투자자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약 530억원을 출자해 19% 지분 투자자로만 참여한다.

    현대차가 투자하는 광주공장은 빛그린산단 내 약 62만8099㎡ 부지에 10만대 규모로 건설된다.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 광주시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1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룹의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ENG에도 적잖은 일감이 할당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공장 등 생산설비는 보안 등을 이유로 계열 건설사가 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의 경우도 계열사 삼성물산과 SK건설이 도맡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현대ENG의 경우 그룹 일감을 전담해 온 현대엠코를 2014년 흡수합병한 후 2017년까지 매년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1조원 이상을 그룹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도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도 공개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룹은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 등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5만1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수소전기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큰 만큼 협력사와 동반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착공을 앞두고 있는 충북 충주시 현대모비스의 충주 수소연료전지공장도 현대ENG가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부품 전용공장 내 1만6600㎡ 부지에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하는 이 공사는 총 투자비 2830억원 규모로, 연말 완공 예정이다.

    이 같은 그룹의 투자 확대는 최근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ENG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2015년부터 최근 4년간 평균 해외수주 목표 달성률이 52.7%에 그치는 등 해외수주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수주잔액이 32조원에 머무른 상태다. 이는 전년 40조원보다 20.1% 감소한 수치다.

    현대ENG도 지난해 신규수주가 전년보다 10.8% 줄어든 23조원에 그쳤다. 이에 현대건설과 현대ENG의 지난해 전체 수주잔액은 55조원으로, 전년 66조원보다 16.4% 축소됐다.

    업계 불황 속에서 그룹의 투자 확대에 따른 일감 확보가 기대되는 가운데 그룹의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연내 착공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외형이 축소 중인 현대건설과 현대ENG의 매출 반등도 기대되고 있다.

    실제 신규수주 부진으로 현대건설의 매출은 2015년 19조원을 돌파한 후 지속 감소하면서 지난해 16조7308억원에 그쳤다. 3년새 2조5023억원 축소된 것으로, 연 평균 8000억원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 기간 해외매출 비중은 61.1%에서 40.6%로 급감했다. 현대ENG의 별도 기준 매출 규모도 2015년 6조2364억원에서 2017년 5조7748억원으로 지속 감소 중인 상황이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105층 규모로 짓는 신사옥으로, 7만9342㎡ 부지에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와 문화 기능을 갖춘 105층 높이 빌딩 1개와 35층짜리 호텔·오피스텔 1개, 6~9층 규모 컨벤션·공연장 3개를 비롯해 총 5개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사옥 건립을 위해 2014년 9월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GBC는 현대건설과 현대ENG가 각각 시공 지분 70%, 30%를 가지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는 본회의 서면 심의를 통해 GBC사업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GBC 착공 등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수도권정비위 실무회의에서 조건부 통과시킨 것이다. 서울시도 GBC의 조기 착공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후속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GBC 정부 심의가 최종 통과됨에 따라 6개월 내 착공이 가능하며 GBC와 연계된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까지 수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