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주액 11억달러 그쳐… "2005년 이후 최저"'텃밭' 중동 80.4% 급감 이어 아시아 68.3% 줄어유가 약세 속 중동 중심 제한적 발주… 中 건설사와 가격 경쟁 불가능
  • ▲ 자료사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현대건설
    ▲ 자료사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현대건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이 3년 만에 300억달러 선으로 회복하면서 반등을 예고했지만, 올 초 실적은 11억달러에 그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월 기준 14년 만에 최저 수주 실적이다. 올해도 해외사업 반등 요인이 많지 않은 가운데 국내 건설경기도 침체 국면을 맞이하면서 내년부터 건설사들의 본격적인 외형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총액은 올해 1월까지 1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0억달러보다 71.1%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수주액 3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2년 연속 이어진 200억달러대의 늪에서 벗어나는 등 반등의 서막을 알렸지만, 올 들어 수주액이 급감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인 것이다. 1월 기준으로 보면 2005년 1억달러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공사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63건보다 42.9% 감소한 36건에 그쳤다. 이 역시 2006년 31건 이후 가장 13년 만에 가장 적다. 2006년 1월의 경우 건수는 적었지만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3억달러를 수주했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건설사의 텃밭이던 중동 수주액이 80.4% 급감한 2억8891만달러에 그쳤고, 아시아에서도 68.3% 감소한 7억7189만달러에 머물렀다.

    수주산업 특성상 수주실적이 월 단위로 급격히 변동하고 발주가 연말에 몰리는 경우도 많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올해 해외건설 실적도 결국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유가 회복 기대감으로 해외건설 시장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 인도, 터키 등 가격을 앞세운 후발업체와의 수주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황도 좋지 않아 중동 중심의 발주가 제한적인 데다 중국 건설사들이 입찰 금액을 너무 낮춰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라 올해도 해외수주 반등은 어려워 보이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300억달러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난해의 경우 유럽의 수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며 "이는 흔치 않은 사례로, 이 물량들이 없었다면 300억달러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건설사가 유럽에서 수주한 금액은 37억달러로, 전년 3억달러보다 11.5배 증가했다. 유럽에서 수주를 시작한 1990년 이후 30억달러를 넘긴 것은 2014년 67억달러 이후 두 번째다. 이 기간 유럽 평균 수주액은 8억달러를 밑돈다. 즉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해외사업 부진의 돌파구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건설협회가 주요 12개 건설사의 올해 해외사업 기조를 집계한 결과 '현상유지' 의견이 42%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새로운 시장보다는 경험 있는 시장에서 기존 공종·상품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2014년 66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듬해 461억달러로 추락했다. 2017년까지 200억달러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가까스로 3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 ▲ 자료사진. 싱가포르 T301 프로젝트 현장 전경. ⓒGS건설
    ▲ 자료사진. 싱가포르 T301 프로젝트 현장 전경. ⓒGS건설
    문제는 그간 해외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던 주택사업 등 내수시장도 올해는 하강국면에 진입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주택 부문의 신규수주 감소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규제와 공급 부담으로 분양·입주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공공 부문 예산축소에 따른 관급공사 발주감소 등 수주환경이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13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 가계부채 억제책, 금리인상 등에 따라 민간 건축 부문의 부진이 심각한 만큼 긍정적인 외부 충격이 없다면 올해까지 건설수주가 위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수주는 건축허가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2017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정점을 지나 침체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3분기까지 177조원에 그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5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2000년 이후 건설수주와 건설투자의 시차가 2~6분기 수준임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선행지표인 주택인허가 물량 감소 등을 고려하면 올해 수주실적도 지난해에 이어 감소할 것"이라며 "민간 주거용 시장의 수주 축소, 금리인상과 경기 위축에 따른 비주거용 투자 감소, SOC예산 감소 등으로 올해 건설투자 감소 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정화 연구위원은 "해외수주가 상향될 요인들이 많지 않은 가운데 국내 건설경기까지 침체되고 있어 내년부터 건설사들의 본격적인 외형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