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외형 확장보다 내실경영 힘쓸 것"…주력인 LNG선이 경쟁력 저가 수주 경쟁 벗어나 수익성 나아지는 대신 영업 경쟁력 약화될 것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조선업 '1강 1중' 체제 개편이 현실화됐다. 삼성중공업은 내실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세계 1·2위 조선사의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의 영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가 수주경쟁이 완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의 이득도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최종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본계약 체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 조선업계는 '빅 3'에서 '1강 1중' 체제로 재편된다.

    앞서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점 참여 여부를 물었다. 삼성중공업은 충분한 검토 끝에 지난 11일 대우조선 인수 제안 요청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사실 업계에서는 이를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뒤늦게나마 삼성중공업에 대우조선 인수 기회를 제공했지만, 삼성중공업이 이미 현대중공업에 맞춰 진행 중이었던 협상 테이블에 뛰어들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을 자체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예전보다 부채비율은 많이 낮아졌으나 2015년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로 중요도가 크지 않아서다.

    '매머드급 조선사'의 유일한 경쟁자로 나서면서 삼성중공업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설비 및 LNG 선박 등 지금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며 "외형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질 경우 국내 조선업계는 3사간 출혈 경쟁이 사라지면서 저가 수주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중공업 역시 제살 깎이 경쟁에서 벗어나 원가를 낮추고 선가를 높여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득이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삼성중공업은 주력인 LNG선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수주 목표도 지난해 실적보다 24% 높인 78억달러(약 8조7149억 원)로 정했다. 지난해 비록 연간 목표의 80% 가량을 달성하는데 그쳤지만 LNG선 발주량이 증가하면서 수주 기대감이 커져서다.

    다만, 문제는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하고 비교했을 때 드러난다. 삼성중공업이 LNG선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술력에 있어서 다른 조선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발주된 LNG선 수주 실적을 보면, 현대중공업(25척) 대우조선(17척), 삼성중공업(14척) 순으로 나타난다.

    척수로 봤을 때, 대우조선과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두 조선사와의 LNG선 수주 실적 차이는 3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규모에서 밀려 영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손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1강 1중 체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적정한 가격을 찾는다면 규모는 작더라도 수주에 유리해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게자는 "1강 1중 체제 재편으로 삼성중공업의 경우, 수익성은 나아지는 대신 영업 경쟁력은 약해지는 일장일단이 있다"며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이점이지만, 규모에서 밀리다 보니까 영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5조2651억원, 영업적자 409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2016년 세계 조선시황 악화에 따른 수주실적 급감 영향으로 전년(7조9012억원)에 비해 33% 감소했고, 적자폭은 전년(5242억원) 대비 22%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