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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베트남에서 기존 대기업과 다른 사업 방식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지에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분투자 등을 통해 파트너십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것.
1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베트남 공략에 있어 '앵커(Anchor) 비즈니스'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어 향후 성공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새로운 경영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앵커 비즈니스는 '닻을 내린다'는 의미로, SK그룹 내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시장 공략에 있어 교두보 마련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기존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베트남에는 국내 기업들이 약 7000개 이상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등 대기업들도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휴대폰, 가전, 자동차, 철강 등 각 기업들이 주력으로 만드는 제품을 생산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에 판매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잘하는 것을 현지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앵커 비즈니스는 현지에서 잘하는 기업과 손을 잡고 사업을 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SK그룹은 16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1위 민영기업 빈그룹과 지분 6.1%를 10억 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2위 민영기업 마산그룹에 4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지기업 투자를 통해 닻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크게 3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다양한 업종에 대한 사업 확대 기회를 얻게 된다. SK의 경우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정유화학(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인 주력 사업이다. 직접 베트남에 진출할 경우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앵커 비즈니스로 접근하면 다양해진다. 빈그룹은 부동산개발, 유통, 호텔리조트,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도 가능해진다. SK 혼자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보다 앵커 비즈니스로 하면 사업 규모가 휠씬 커질 수 있다. 빈그룹도 같이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지 기업만큼 그 시장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이 없는 만큼, 실패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1, 2위 하는 기업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SK그룹은 빈그룹에 대한 투자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SK그룹 관계자는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향후 M&A, 조인트벤처, 합작사, 국영기업의 민영화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확대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앵커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글로벌성장위원회와 글로벌사업개발 담당이 R&R(Role & Resposibility 역할과 책임)에 따라 베트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