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909대로 후퇴, 美中리스크로 맥 못추는 국내 증시당국, 2008·2011년 금융위기 이후 공매도 금지 카드 꺼내주가 폭락 방어 기대 VS 불안감 확산 등 시장 의견 엇갈려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글로벌 리스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규제 카드를 꺼내 들고 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79포인트(0.41%) 하락한 1909.71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장 중 한때 1920선으로 올라서며 단기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금새 1901.61까지 빠지며 등락을 거듭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세를 보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지되면서 지수 하락을 힘겹게 방어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78억원, 기관은 992억원을 각각 순매도하고 개인은 1772억원을 순매수했다.

    연일 급작스럽게 제기됐던 미-중 무역·환율분쟁 리스크가 조금 수그러들면서 1990선 붕괴는 막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뒤 시장 불안감이 증폭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에 따라 관세 부과 정책을 유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협상 가능성을 제기하며 뉴욕증시도 다소 안정됐다.

    여기에 국내 경제 수장들도 한 자리에 모여 금융시장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주부터 금융당국이 금융협회 등 전문가를 소집해 해결책 마련에 나섰고, 이날 오전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 등이 한 데 모여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당국은 지난 7월부터 일본 수출규제 등 리스크가 선반영돼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되는 등 상황이 급변하자 단 하루만에 입장을 뒤엎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증시 수급 안정과 변동성 완화를 위한 증권 유관기관과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시장상황에 맞춰 선택해 신속·과감히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컨틴전시 플랜은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 많은 공매도 규제 강화방안은 이미 충분히 검토했고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2011년에도 공매도 규제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이미 2008년에는 8개월, 2011년에는 3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주식을 빌려팔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다시 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실현하는데, 주가 폭락 장에서는 투기 수요까지 더해져 실제 펀더멘털보다 주가 낙폭을 더 키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시적 공매도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 카드까지 제시됐지만 효력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시적인 주가 방어에는 성공할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의 공정한 주가 형성을 방해하고,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투자 요인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은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차입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면 투자자의 심리 안정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시장이 불안할 때 공매도 세력이 커질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잠깐이라도 막아준다면 주가 폭락을 방어하고 시장 진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반면, 정부가 공매도 금지 등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호응도가 떨어져서 외국인들이 이탈할 수 있고, 외교분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위기감만 더 증폭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공매도 금지 카드가 '양날의 검'임을 인지하며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금지가) 양면성이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더 클 때가 있고, 부작용이 클 때도 있으니 감안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