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빠진 자리 메우던 일본인 관광객 '뚝'日 불매운동·여행 안가기 확산 시 피해 눈덩이정치적 영향에 고사 위기
  • ▲ 11만t급 크루즈.ⓒ연합뉴스
    ▲ 11만t급 크루즈.ⓒ연합뉴스
    국내 크루즈(유람선) 관광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근래에는 질병 발생과 같은 불가피한 사정 대신 주변국과의 정치적인 관계로 유탄을 맞는 경우가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반일 프레임과 관련해 그 여파로 크루즈 입·출항이 취소된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해수부 해양레저관광과 관계자는 "업계로부터 크루즈 관광 일정이 취소됐다는 통보는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A업체의 경우 오는 10월 일본을 거치는 크루즈 관광상품을 팔고 있는데 (최근의 반일 감정 악화로) 판매 실적이 저조할까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크루즈 관광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가면서 중간에 부산항, 인천항 등을 들르는 여행상품이 대부분이다. 현재의 반일 기류와 관련한 논란이 크루즈 관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일본을 목적지로 하는 카페리 등의 수요는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바로는 강원 동해시에 있는 DBS크루즈의 경우 매주 목요일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본 사카이미나토로 가는 유람선 이스턴드림호의 한국인 여객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1일 여객 수는 한국인 143명 포함 총 165명으로 정원 480명의 절반도 못 채웠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평균 여객 수는 한국인 1970명 포함 2284명이었다.

    현재 국내 크루즈 관광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잖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크루즈 관광을 통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다 보니 일본인 관광객 비중이 더 커졌다.

    해수부 설명으로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총 20만명쯤이다. 이 중 일본인 관광객은 5만명으로 25%를 차지했다. 4명 중 1명이 일본인 관광객이라는 얘기다.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안 가기가 확산하면 일본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크루즈 관광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직접 일본을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5000명 수준이지만, 일본에서 부산항을 들렀다가 여객을 좀 더 태워 일본으로 되돌아간 경우는 1만5000~1만6000명 규모로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아직도 크루즈 단체관광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한~일 항로가 국내 크루즈 관광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유커가 대규모로 유입됐던 2016년 당시 국내 크루즈 관광객 수는 195만명 규모였다. 이 가운데 유커 비중은 91%에 달했다.
  • ▲ 백색국가 제외.ⓒ연합뉴스
    ▲ 백색국가 제외.ⓒ연합뉴스
    국내 크루즈 관광은 부침을 심하게 겪고 있다.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크루즈 관광객은 2010년 17만명, 2013년 80만명, 2014년 106만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 2015년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88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크루즈 관광객은 메르스 위기를 넘기고 2016년 195만명으로 다시 늘었다가 이듬해 사드 갈등으로 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39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는 한일 외교 갈등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규제로 번지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고 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크루즈 관광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돼 시장이 활력을 찾을 만하면 주변국과의 정치적인 영향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