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화 설비 통해 LNG를 선박에서 자체적 기화LNG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화물창에 기술 집약화물창 시스템 '솔리더스' 개발…"도약 노린다"
  •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마란가스파워'.ⓒ엄주연 기자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마란가스파워'.ⓒ엄주연 기자
    "남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라 가능한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옥포조선소에서 LNG(액화천연가스)선 전문가로 통하는 25년 경력 송하동 수석부장의 답은 간단하고도 명확했다.

    글로벌 경쟁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경쟁사조차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세계 1등 기술력'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곳 옥포조선소는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LNG선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가 된 이유 그 자체였다.

    지난 22일,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내리는 비를 뚫고 옥포조선소로 바삐 움직였다. 조선소로 향하는 길에 가장 먼저 마주한 건 푸른 바다와 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굵어졌다 다시 잦아드는 빗줄기로 짙어진 안개가 마치 옥포조선소의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보여주는 듯했다.

    부산에서 거제도로 연결된 거가대교를 타고 마지막 섬 저도를 지나자 마침내 안갯 속에 가려져 있던 조선소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대우조선해양의 상징인 높이 100여m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여의도 1.5배 크기인 490만㎡(약 140만평) 대지에 드라이 도크 2곳, 플로팅 도크 3곳, 헤비존 2곳 등 도크 7곳이 가동되고 있다. 현재 옥포조선소 야드 안벽에는 총 20척의 선박이 계류돼 있다. 이 중 상선은 14척으로 절반인 7척이 LNG운반선이었다.

    ◆'대우조선 기술력의 집합체' LNG운반선…"한단계 도약 노린다"


    "우리나라 전국민이 최대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이곳에서 바로 집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10층 높이의 선박을 오르자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선수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녹색 원통과 파이프 여러개로 이뤄진 재기화 설비를 볼 수 있었다.

    재기화 설비란 액체상태로 운반한 LNG를 선박에서 자체적으로 기화시켜 가정으로 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통의 선박에서는 볼 수 없는 설비로 한 마디로 LNG운반선이 마지막 역할을 하는 곳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설비를 독자적으로 설계에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건조에 성공했다.

    이날 오른 선박은 지난 2017년 그리스 마란가스 사로부터 수주한 '마란가스파워'다. 재화중량은 17만3400CBM(입방세제곱미터)급 규모로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최대 이틀간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를 운반할 수 있다. 이 선박은 길이 295m, 너비 46m 규모로 내년 4월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약 75% 정도다.

    송 부장은 "재기화 설비가 탑재되면 육상 터미널 없이 배에서 집으로 바로 천연가스를 보낼 수 있다"면서 "공사기간이 길고 투자 비용이 높은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한 육상 터미널을 대체 수 있어 최근 지속적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 ▲ '마란가스파워' 화물창 내부 모습. ⓒ엄주연 기자
    ▲ '마란가스파워' 화물창 내부 모습. ⓒ엄주연 기자
    은빛 강판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이곳은 영하 163도의 천연가스가 담겨지는 화물창으로 극저온의 온도를 견딜 있도록 여러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선박 외벽과 거리를 두고 화물창을 만든 다음, 나무박스를 대고 그 위에 합금을 덧대는 등 이중, 삼중으로 단열 작업을 진행한다.

    LNG선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체 상태였던 천연가스를 액체로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하고 운반하느냐에 달렸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창에서 LNG 증발률을 최소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PRS(천연가스재액화장치)를 통해 화물창에서 기화한 LNG를 액화해 다시 화물창으로 돌려보낸다.

    마지막으로 가스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서 연소시키는 FGSS(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 기술로 선박 추진 효율성까지 확보했다.

    미세한 차이점으로 경쟁력을 높이고도 있다.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대우조선은 강판을 서로 이어붙일 때 초정밀 용접을 고집하고 있다. 작업자들의 편의와 공정 속도를 위해 단열 나무박스 크기도 다른 곳과 비교 작은 편이다. 화물창 작업대도 10층 구조로 설치해 작업자들의 편리함을 우선시했다.

    송 부장은 "화물창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빨리 건조하느냐에 따라 LNG운반선의 수익성이 달라진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짧은 7개월 안에 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은 한 단계 더 도약을 노리고 있다. 자연 기화되는 LNG 비율을 0.07%까지 낮출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나선 것.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자연 기화되는 LNG 비율이 가장 낮고 안정성도 강화된 LNG 화물창 시스템인 '솔리더스'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솔리더스는 이중 금속 방벽을 적용해 안전성을 극대화한 화물창으로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개발된 차세대 멤브레인형 화물창이다. 한계치라고 여기던 화물창의 기화량을 기존 0.1~0.2%에서 0.07%대로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2년 첫 수주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하고 인도(클락슨 7월말 기준 174척 수주, 141척 인도, 잔량 33척)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천연가스 추진 LNG선, 쇄빙 LNG선 등 차세대 LNG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