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이어 연방법원까지… 소송비용 눈덩이계열사 분쟁 넘어 그룹간 '감정-자존심' 싸움 번져양사 단순 수익 감소 넘어, 사실상 국가 순이익 유출이사회 '조정' 및 '구광모-최태원' 총수 간 담판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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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기술유출 공방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향후 발생할 소송비용으로 미래 수익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양사가 소송 등을 통해 치르게 될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소송과 관련,  내년 10월 혹은 늦어도 연말까지 결론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적으로 ITC는 철저히 자국 국익을 우선시하는 만큼 미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전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ITC의 결론이 내려져도 연방법원으로 소송이 이어지게 돼, 양사의 분쟁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분쟁의 쟁점은 영업비밀 유출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채용 과정에서 자사의 배터리 기술이 상당부분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 등에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데 이어,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비정상적인 채용행위를 통해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고 주장한다. 입사지원자들로부터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기술 서술 및 수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2차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게 LG화학 측 주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부당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박한다. 인력 채용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뿐 이른바 빼오기 채용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인력 채용 부분에서는 LG화학의 인력이 유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외 채용 경력사원 중 일부라는 입장이다. 빼오기 채용 등 주장은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이다.

    잠시나마 얽힌 살타래가 풀릴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다.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전격 회동 이었다. 하지만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입장만 재확인하며 한 발 물러섬 없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양사는 서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양사가 계속해서 소모전을 벌이면서 그 피해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당장 소송비용이 향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ITC 소송 과정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감당해야 할 소송비용이 최소 20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어 연방법원 소송까지 진행되면 이 비용은 최소 6~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양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올해 상반기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은 '27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같은 기간 '154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양사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거점을 마련하고 수조원의 투자금을 쏟아붇는 상황에서 당장 투자비용을 거둬들이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 무리한 소송전은 사실상 수익 및 향후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향후 발생할 천문학적 소송비용은, 현재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두 회사의 배터리사업 부문의 향후 10년 수익에 해당한다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송이 길어지면 비용이 늘어나 양사 배터리사업부문의 10년간 수익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단순한 기업의 수익 감소를 떠나 국가의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두 회사의 사활을 건 전쟁은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CEO들 역시 먼저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무능력한 경영인'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만큼 당사자들간 '중재'는 불가능해 보인다. 양사 CEO의 첫 회담이 한치의 양보는 공방만 이어진 이유다.

    이에 따라 각 회사의 이사회 움직임이나 총수들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송전이 계열사간 분쟁을 넘어서 LG그룹과 SK그룹간 감정 및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만큼 각 사 이사회의 조정이나, 총수 간 담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존심을 건 두 회사의 피튀기는 전쟁은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총수들이 나서게 되면 자존심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도 현명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