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2020' 내년 초 시행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0.5%로 강화中 2020년 '순수출국' 전환… 저유황설비 속속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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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정유업계가 내년부터 본격 강화되는 친환경 선박유에 대응하기 위해 발걸음을 분주히 옮기고 있다. 수익성 확대는 물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정유사는 두달 앞으로 다가온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IMO 2020) 시행에 맞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IMO 2020'은 174개국을 회원으로 둔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현재 선박유로 사용되는 평균 황함량인 2.5% 수준 대비 5배를 줄여야 한다.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IMO 규제 준수를 위해 스크러버(배출가스 정화시스템)를 설치하거나 해양경유(MGO, Marine Gas Oil) 및 0.5% 미만의 초저유황연료유(VLSFO, Very Low Sulfur Fuel Oil)를 사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LNG(액화천연가스)로의 연료전환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스크러버는 설치비용 부담이 큰데다 수개월이 소요되는 설치 기간 동안 운항이 제한돼 초저유황 연료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초저유황연료유의 경우 기존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초기 투자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정유업계는 탈황설비 투자 및 판매에 나서는 등 만반의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신기술을 적용한 초저유황선박유 생산공정을 개발하고 오는 11월부터 제품 판매에 나선다. 이번 신기술은  혼합유분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아스팔텐 성분을 독자적인 용제처리 방법으로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스팔텐은 필터, 배관 등의 막힘을 야기, 선박의 연비를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연료의 정상주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저유황선박유에 대한 장기계약 물량을 이미 다량 확보하는 등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을 투자해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감압 잔사유탈황설비(VRDS)를 구축 중이다. VRDS는 일산 4만 배럴을 생산하며 고유황유 비중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업계 최초로 저유황중유 해상 블렌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이번 사업을 일평균 약 2만3000 배럴에서 내년 9만 배럴까지 약 4배 확대할 계획

    SK이노베이션은 이 두 사업을 통해 일산 13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공급하는 역내 최대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에쓰-오일(S-OIL)은 지난 7월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의 상업 가동을 개시하며 IMO2020 규제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 잔사유 고도화 설비는 찌꺼기 기름을 다시 정제해 저유황 경질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고유황유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중국 정유사들 역시 발빠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중국 4대 정유업체의 저유황유 생산량은 연간 1815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중화그룹(Sinochem)은 2021년까지 연간 100만t 규모,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2020년까지 360만t 규모(현재 170만)로 확대한다.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는 각각 2020년까지 연간 1000만t, 400만t 규모의 저유황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저유황유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향후 이뤄질 시장 확대 및 수익 상승에 대한 기대로 시장 선점을 위한 조치다. 

    저유황유 가격은 t당 550~600 달러 수준으로 400 달러 수준인 고유황유에 비해 40%가량 비싸다. IMO2020 이후 수요 증가세가 이뤄지면 두 제품 간 가격 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글로벌 연료유 시장 재편 속에서 선제적으로 저유황중유를 도입하고자 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고, 2020년 말에는 과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높은 수익성이 전망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석유제품 해상유 시장은 연간 약 16억 배럴에 육박하는데, 고유황중유 수요는 올해 일 350만 배럴에서 내년 일 140만 배럴로 약 40% 가량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저유황중유 수요는 일 10만 배럴 미만에서 100만 배럴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에 따른 효과가 정유업계의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유 수요 감소 폭이 더 크고 규제도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의 경유수요 증대보다 자동차 경유수요 감소폭이 크고 비용 부담 및 인프라 부족 등 규제 대응을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IMO2020' 규제와 관련 여러 변수가 있어 마냥 기대감을 늘어놓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