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방통위 위원에 김창룡 등 가짜뉴스 전문가 포진방송, 통신, 인터넷, 게임, 광고 등 ICT 주업무 소외 우려청와대 입맛 맞춤 인사 우려… 방송-통신 전문가 공백 아쉬워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지 두 달이 지났음에 불구하고, 방통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4기 방통위가 올인하는 '가짜뉴스' 문제는 해당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서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사건의 배경은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9월 돌연간 사의를 표명한 것. 그 배경에는 가짜뉴스 대응에 소홀히 해 청와대에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록 이 전 위원장이 해당 사실을 부인했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적격자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그 주인공으로 발탁된 사람은 한 위원장으로 취임 당시부터 가짜뉴스 척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건전한 인터넷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가 가짜뉴스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원하는 인물을 내정하는 것 자체가 방통위가 보수 유튜브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팩트체크 활성화'를 역설하며 가짜뉴스 대응 마련에 속도를 냈다.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팩트체크 관련 기관들을 방통위가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관을 민간에서 설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골자였다.

    하지만 고삼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떠난 자리에 가짜뉴스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김창룡 인제대학교 교수가 오면서 논란은 확전되는 양상이다. 김 위원은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의 저자로 이낙연 총리가 자비를 들여 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에게 선물해 화제가 됐다. 

    방통위 유례사상 처음으로 2명의 가짜뉴스 전문가가 상임위원으로 포진하게 된 셈이다. 방통위는 여야 추천 위원들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4명(정부 추천 1명,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상황이 이렇자 방통위 공무원 노조가 발끈하고 일어섰다. 이들은 방통위 설립 취지에 맞게 역할을 하려면 다양한 분야별 상임위원 인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방송·언론·정보통신·법률 등에 관한 경력자와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는 공무원 등을 자격요건으로 정한 방통위법의 제정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과 김 위원 모두 방송법 전문가라기 보다는 가짜뉴스 정책 추진만을 위한 인사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방송, 통신, 인터넷, 게임, 광고 등 ICT 전반을 다뤄야 함에 불구하고, 가짜뉴스 정책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방통위는 국회에 계류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을 비롯해 유료방송 M&A, 망 사용료 문제, 종편 특혜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등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요 과제들을 제쳐둔채 가짜뉴스에만 올인하는 방통위가 '가짜뉴스 전담 부처'라는 오명이 나오는 이유다.

    한 위원장은 취임 당시 "변화의 중심에 선 방송통신이 국민이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공공성·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급변하는 방송통신 환경에 새로운 방송통신 비전을 만들겠다는 한 위원장의 약속이 지켜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