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종 세종대 교수 "한국 수출의존도 75%, 보유외환 8300억달러 돼야"2010년 종결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필요… 한일 통화스와프도 추진해야""외환보유고 9위 의미 없어… 한은, 위험자산 팔고 국채·달러 비중을 높여야"
  •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가운데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려면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과 외환보유고 2배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17일 코로나19 사태로 인구 이동이 금지돼 교역이 줄어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제2의 IMF 외환위기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수년전부터 논문을 통해 이런 우려를 제기해왔다. 2015년 미국 학술지 '비즈니스 앤 이코노믹스' 4월호에 실린 '신흥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적절한 외환 보유고' 논문을 비롯해 지난해 8월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외환보유고가 주가에 미치는 상관관계 연구'에서도 외환보유고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수준인 외환보유고 8300억 달러 확대와 2010년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보다 전파력이 1000배나 높고 팬데믹까지 불러왔다"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이동을 금지하면서 수요와 공급 위축, 실물경제 위기, 금융위기로 확대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상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실물경제에서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초부터 외국인은 12조원쯤의 한국주식을 팔았고 16일 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지만, 종합주가지수는 하락했다"면서 "무역의존도가 75%인 한국의 경상수지가 3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제금융 현황은 심각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현재 단기외채비율은 34%쯤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는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 설명으론 이란이 지난 12일 IMF에 6조원쯤의 긴급자금을 요청했고, 이탈리아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남아공 등도 외환 부족 국가다. 김 교수는 "국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한미와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로 조속히 외환보유고를 2배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적정외환보유고에 대한 이론은 4가지가 있다. 김 교수는 IMF가 권하는 3개월치 경상지급액 규모(1500억 달러)는 IMF 권고를 따랐다가 국가부도를 맞은 아르헨티나 사례를 들어 충분치 않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IMF가 외국인 주식자금(15%)과 유동외채(30%) 등을 포함해 새롭게 제안하는 방식을 따르면 적정 외환보유고는 6810억 달러 규모로, 한국은 이보다 3000억 달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전 의장인 그린스펀과 기도티 모델로는 4500억 달러가 적정 외환보유고다. 마지막으로 BIS가 권고하는 3개월 경상지급액과 유동외채, 거주자 외화예금, 현지 금융잔액 등을 망라한 적정 외환보유고는 8300억 달러다.
  • ▲ 김대종 교수.ⓒ세종대
    ▲ 김대종 교수.ⓒ세종대
    김 교수는 "한국의 외환보유고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1조6000억 달러의 25%로,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매우 부족하다. 3월 외환보유고는 4019억 달러로, BIS 권고액보다 4300억 달러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대만이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는데, 대만은 GDP의 80%쯤을 외환보유고로 비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가 세계 9위라지만, 의미 없는 순위일 뿐"이라며 "우리나라 GDP의 절반도 안 되는 스위스·홍콩·대만·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고가 한국보다 더 많다"고 꼬집었다.
  • ▲ 올 1월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과 GDP 비중(IMF·각국 중앙은행·한국은행).ⓒ세종대
    ▲ 올 1월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과 GDP 비중(IMF·각국 중앙은행·한국은행).ⓒ세종대
    김 교수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체결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는 국제결제에서 인정되는 기축통화여서 외환위기로부터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운용도 문제 삼았다. 한국은행 외화자산 구성을 보면 국채 36%, 정부기관채 21%, 회사채 14%, 자산유동화채권(MBS) 13%, 주식 7.7%다. 회사채와 MBS는 부도 위험이 있는 위험자산이라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현금과 국채 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면서 "투자 3대 원리는 안전성·수익성·환금성이므로 (한은은) 모기지 채권은 팔고 국채와 달러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