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거모 7822가구중 4102가구 공공임대…공가 발생 우려입지탓 민간단지도 줄줄이 청약 참패…의왕월암 임대비율 63%공공임대 공가 전국 5만여가구…"임대만 늘리면 집값 못잡아"
  • 좁은 면적과 열악한 입지 탓에 공공임대 5만여가구가 공가로 남아있는 가운데 적잖은 공공주택지구에서 여전히 '수요 없는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인 경기 시흥거모지구와 의왕월암지구 경우 공공주택 물량 중 공공임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공가 발생 및 사업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1·29주택공급신속화방안'을 통해 예고한 수도권 6만가구도 공공임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임대에 편중된 주택 공급정책으론 과열된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흥거모 공공주택지구는 공공주택 물량 7822가구 가운데 4102가구(52%)가 공공임대로 공급될 예정이다.

    유형별로 △통합공공임대 3387가구 △분양전환공공임대 565가구 △행복주택 150가구 등이다. 지구내 민간주택 물량까지 합산하면 전체 1만1682가구 중 35.1%가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해당지구의 낮은 청약경쟁률과 선호도 등을 감안하면 공공임대 물량 중 상당수가 공가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곳은 수도권 인근 타 공공주택지구 대비 외진 입지와 부족한 대중교통 인프라 탓에 민간 브랜드 단지들도 줄줄이 흥행 참패를 겪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지난해 11월 분양한 △시흥거모 엘가 로제비앙 △시흥거모지구 대방 엘리움 더 루체Ⅰ·Ⅱ 모두 1·2순위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신혼희망타운인 시흥거모A5 전용 55㎡ 경우 2022년 사전청약에서 294가구 모집에 35명만 신청하며 경쟁률이 0.1대 1에 그쳤다. 

    의왕월암지구는 공공임대 비율이 더욱 높다. 공공주택 2360가구 가운데 1490가구(63%)가 공공임대로 배정됐다.

    민간물량까지 합한 공공임대 비율은 40.2%다. 지구내 민간·공공아파트 10가구 가운데 4가구가 공공임대로 공급되는 것이다.

    공공임대 비율이 높은 이유는 현행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이 공공주택지구 전체 물량 가운데 최소 35% 이상을 공공임대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1·29대책에 포함된 공급물량도 상당수가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총 1만가구가 공급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경우 현행 '도시개발법'에 따라 전체 물량의 25% 이상을 임대아파트로 공급해야 한다. 관련업계에선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4000가구 가운데 최소 1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임대아파트 위주 공급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값싼 공공임대를 집중 공급해 수요를 분산 시키고 궁극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안정 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1·29대책 공급대상지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임대주택을 청년·신혼부부에 공급하고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양질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분양·임대비율을 묻는 질문엔 "아무래도 임대가 많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부는 이르면 3월 중 입지별 분양·임대 비율을 공개할 방침이다.
  • ▲ 시흥거모공공주택지구. ⓒ네이버지도
    ▲ 시흥거모공공주택지구. ⓒ네이버지도
    문제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낮은 선호도와 열악한 입지, 인프라 탓에 5만여가구에 이르는 공공임대가 이미 공가로 쌓여있다는 것이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건설임대주택 98만2631가구 가운데 4만9230가구가 공실 상태다.

    공실 주요인으로는 입지가 지목되고 있다. 공공임대 상당수가 대도시 외곽이나 비수도권 소도시 등 인프라·수요기반이 약한 지역에 집중 공급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예컨대 경기 양주회천 A10블록은 공실률이 34.7%에 달했고 대구혁신도시 10단지도 24.9%가 공가로 남았다.

    이미 누적된 공가 물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대 위주 공급정책을 고수할 경우 '탁상행정', '숫자 맞추기'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려면 공공임대가 아닌 공공분양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공공임대 비중이 늘어나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임대만 늘려서는 내집 마련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시장 우려처럼 임대 물량이 대폭 확대될 경우 오히려 공급대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을 병행하지 않으면 공급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