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증가 13개월 만에 최소, 실업자 121만명 역대 최대수출 집중도 16년 만에 최고치가 가린 고용 절벽의 '민낯'건설·제조업 동반침체에 낙수효과 실종, 체감경기 제로전문가들 "반도체 외발성장, 사이클 꺾이면 재앙 온다"
  • ▲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건설, 제조업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고용이 위축되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산업 호황 이면에 일자리 시장은 청년층의 외면과 주력 산업의 침체 속에 'K자형 양극화'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9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8000명 증가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표면적인 거시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IT 부품을 중심으로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치는 '착시'에 가깝다. 정규승 데이터처 기업통계팀장은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집중도가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현재의 성장이 특정 우량 기업과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에 과도하게 쏠려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고용 둔화의 핵심은 '산업 간 비대칭성'이다. 반도체는 자본 집약적 장치 산업으로, 수출액이 급증해도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 고용 파급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과 건설업은 유례없는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실제로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437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0.5%(2만3000명) 줄면서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급감하며 21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쪼그라들었다. 

    최대 호황기를 맞이한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가 전체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의 일터인 주력 산업은 고사 직전에 내몰린 전형적인 'K자형 성장'의 모습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미래 세대인 2030세대의 고용 붕괴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20대 실업률은 6.7%로 치솟았고, 30대 실업률 역시 40~50대와 달리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단순히 취업을 못한 것을 넘어, 아예 구직을 포기한 '쉬었음' 인구의 급증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30대 '쉬었음' 인구는 31만8000명을 기록하며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청년층이 주로 선호하고 진입하던 제조업과 건설업, 내수 서비스업(숙박·음식점업)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이들을 수용할 '양질의 일자리'가 고갈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고용 지표의 하방을 지지해왔던 고령층 일자리마저 한계에 봉착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2021년 1월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기습적인 한파 등 기상 요인도 있었으나 농림어업의 구조적 감소와 공공 행정 부문의 위축이 고령층의 활동성을 제약했다.

    결국 실업자 수는 121만1000명으로 늘어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고, 실업률은 25년 만에 가장 높은 4.1%까지 치솟았다. 15~64세 고용률이 소폭 상승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민생 현장에서 '체감 경기 제로'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출 성적표에 취한 낙관론이 아니라 반도체의 온기가 다른 산업으로 흐르지 않는 '낙수효과 실종'을 인정하고,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의 부활과 내수 진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제조업과 건설업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만으로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엔 위험 요소가 크다"며 "사이클에 따라 반도체 분야가 위축되면 우리 경제와 고용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