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 간담회…"외환시장에 기여, 日 입장 중요"전문가 "제안 긍정적"…더 적극적으로 멍석 펴줘야
  • ▲ 엔화.ⓒ연합뉴스
    ▲ 엔화.ⓒ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으로 제2의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은 가운데 정부가 한일 통화스와프를 맺기 위해 사실상 손을 내밀었다. 8년만에 한일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기 위한 첫걸음을 뗀셈인데 일본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통화스와프 재논의를 위해 첫발을 뗀것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앞으로의 책임을 일본측에 떠넘긴다는 식의 접근법보다는 과거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활로를 먼저 열어주고 일본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일본 등 더 많은 나라와 통화스와프를 맺을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일본과 통화스와프가 이뤄지는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과거에 오래 지속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일본측 입장 때문에 연장되지 않은 것이어서 일본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일 양국은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가 2012년 종료됐다. 우리 정부는 2016년 미국의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일본측에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자고 요청했으나 일본측 거절로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문제가 됐다.

    이날 정 총리 발언은 사실상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자는 손짓으로 해석된다. 경제전문가들은 1997년 단기외채 비율이 상승하면서 일본계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던게 외국인의 자금 회수를 촉발해 외환위기를 불렀다고 본다. 3월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비율은 34%쯤(1500억 달러)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 ▲ 외신기자 간담회 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연합뉴스
    ▲ 외신기자 간담회 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연합뉴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을 잘 아는 게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자금을 빼면 덩달아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으로 투자한 부분이 상당한데 일본자금이 이탈하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 엔화는 국제간 결제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基軸通貨)로 일본의 달러 보유액은 1조3000억 달러로 세계 2위"라며 "(제2의 외환위기에 대비하려면) 한일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어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한일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일본이 선뜻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일본측의 기존 불만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아서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좀 더 실용적이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덩샤오핑(鄧小平) 중국 주석의 실용주의 사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사 문제는 미래세대에 맡기고 지금은 양국이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전환해 위기를 극복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에 양식 있는 국민이 더 많다면서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이 당시 일본 천황과 총리의 사과로 이어졌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우리의 국력이 일본을 능가할때까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