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항공사 노선감축·무급휴직"입사하자마자 쉬어요"… 인턴직원도 '불안'신규 항공기·노선 계획도 대폭 수정
  • ▲ 텅 빈 공항 체크인 카운터 ⓒ 연합뉴스
    ▲ 텅 빈 공항 체크인 카운터 ⓒ 연합뉴스

    항공업계에 코로나19발(發)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각국의 한국인 입국 금지와 여객 수요 감소로 현재 국내 출발 국제선의 약 90%가 멈춰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모든 항공사가 개점휴업 중이다.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항공권 환불이 빗발쳐 이중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업계는 무급휴직을 도입해 비용을 줄이는 한편, 신규항공기 도입과 같은 사업계획도 수정하고 있다. 올해 예정됐던 신규 채용은 일제히 잠정 연기했다.

    18일 현재 주요항공사 8곳은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승무원과 외국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희망 휴직 신청을 받았다. 휴직 기간은 1~3달이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도 희망·순환휴직제를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전 직원이 무급휴직 10일을 갖기로 했다. 임원진과 조직장급은 급여 30~50%를 삭감하며, 한창수 사장은 전액 반납한다. 아시아나 계열 LCC 에어부산·서울도 상황은 같다. 두 회사도 전 직원 1개월 무급휴가와 임원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

    티웨이항공은 1개월의 무급 휴직제를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최대 4개월의 유급 휴직을 운영하며, 이 기간 동안 급여 70%를 지급한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경영악화로 전 직원 2월 급여 60%를 미지급했고, 무급휴직과 단축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 ▲ 항공사 비용절감 대책 현황 ⓒ 김수정 그래픽기자
    ▲ 항공사 비용절감 대책 현황 ⓒ 김수정 그래픽기자

    신규 채용도 잠정 보류했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내 항공사 8곳은 올 상반기 중 조종사·승무원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 진행 중인 채용은 신규 LCC 에어프레미아가 150명 규모의 승무원을 모집하는 게 전부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입사한 인턴사원의 불안감도 크다. 일부 회사는 교육이 모두 끝나지 않은 인턴 승무원에게도 희망 휴직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계 중국동방항공이 한국인 계약직 승무원 70여 명을 해고한 사실이 알려져 불안이 더욱 극심해졌다.

    LCC 소속 인턴승무원 A 씨는 “입사한 지 1년도 안 되어 한 달 휴직을 하게 됐다. 이번 이슈로 인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 불안하다”면서 “아직 취업 준비 중인 대학 동기는 올해 항공사 채용이 거의 없어 열차 승무원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토로했다.

    사업계획도 변경하고 있다. 업계는 신규 항공기 도입과 신규 노선 운항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 대부분이 휴직 중이라 계획 변경을 위한 회의 소집조차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대한항공은 올해 중·대형기 4대, 소형기 6대를 신규 도입할 계획이었다. 아시아나는 올해 7대를 들여오기로 했었다. 두 회사는 향후 코로나19 종식과 노선 재개에 따라 도입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규 항공기 1대를 도입키로 한 제주항공도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신규 항공기 2대를 들이기로 한 에어서울은 계획을 잠정 보류해뒀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리스기간이 만료된 항공기 1대를 반납 처리했다.

    신규노선 취항도 미뤄지고 있다. 다음 달 베트남 호찌민에 취항하기로 했던 에어부산은 일정을 연기한다. 당장 현지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 5월까지도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 취항할 예정이었던 티웨이도 일정을 잠정 보류해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업계 전반이 당초 세웠던 사업계획을 크게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업종 특성상 국내뿐 아니라 유럽·미국 등 장거리 국가에서의 감염병 종식 시점도 중요하며, 꽤 오랫동안 업계 전반이 긴축경영에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