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원료 가격경쟁력 낮아져 수요 '뚝'재활용업계 줄도산 위기 속 SK, 롯데 등 기술개발 나서폐 페트병 활용 가방 제작 등 '선순환 체계 구축' 눈길
  • ▲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나비효과로 재활용품 업계까지 도산 위기에 처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가경쟁력이 낮아진데다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재활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적체된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업들은 이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6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원유가 원재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레이트(PET) 신규 원료가격이 3월 기준 지난해에 비해 35.5% 하락했다.

    신규 가격이 급락하면서 폐플라스틱 수집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신규 가격대비 재생원료의 가격 인하 폭이 작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재생원료 판매단가는 14% 하락했다. 수요처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 폭이 더 큰 신규 원료를 살 유인이 커진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하락도 문제다. 우리나라 폐플라스틱업체는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수출 비중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미국 등지에 대한 수출이 완전히 끊겼다"며 "폐플라스틱 수집부터 압축까지 일정 경비가 드는 만큼 더 이상의 가격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체제의 가격 하락과 수요 부족으로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경부 집계 결과 4월 기준 판매된 페트병 재활용제품은 모두 1만1673t으로,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 1만7606t에 비해 3분의 2 수주에 불과하다. 4월 매출이 전년대비 80% 줄었다는 것이 업계 측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제2의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상반기 중국의 폐지 수입 거부로 민간업체들이 아파트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바 있다.

    맹성호 한국페트병재활용협회장은 "단가도 맞지 않고 수요도 사라진,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쓰레기 대란을 우려해 인력을 종전대로 가동하고는 있지만, 장기화되면 상황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폐페트병 재고만 늘고 있는 처지다. 환경부 조사를 보면 4월1주 1만8784t의 페트병 재고 수준이 4월4주 2만2643t으로, 한 달 새 약 4000t이 늘어났다.

  • ▲ '국제자원순환산업전(Re-Tech)'에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인공재생 섬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제자원순환산업전(Re-Tech)'에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인공재생 섬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는 폐플라스틱 처리라는 사회적 책임을 안고 재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합성수지 제품 등을 생산하는 효성티앤씨는 최근 환경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개발공사, 플리츠마마와 친환경 프로젝트 '다시 태어나기 위한 되돌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페트병을 수거해 리사이클 섬유를 만들어 친환경 가방을 제작하게 된다. 500㎖ 페트병 기준 16개면 친환경 가방 1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효성티앤씨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산업폐기물로 버려지던 '펄라이트' 성분의 폐보온재를 시멘트 등으로 재활용하는데 성공했다. '펄라이트'는 정유화학 공장의 수많은 배관에서 원료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이는 물질이다.

    2년 전 SK이노베이션의 울산공장에서 배출된 펄라이트의 양만 1200t에 달할 정도로 많이 쓰이는 물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는 제주클린에너지와 폐플라스틱, 폐비닐을 재가공해 석유화학연료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SKC의 경우 친환경 생분해 필름을 식품 포장재와 아이스팩 포장재, 의류·도서 포장재용 등으로 용도를 확대하면서 폐플라스틱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SKC는 신세계TV쇼핑에 아이스팩 포장재, 의류용 포장 비닐로 생분해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양사는 앞서 약 5개월간 테스트를 거쳐 업계 최초로 100% 생분해 소재 아이스팩 포장재를 상용화했다.

    옥수수 추출 성분으로 만들어진 소재 'PLA' 등 생분해 소재를 더해 만든 SKC 포장재는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와 달리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또 종이재질을 적용한 포장재보다 물에 강하고 투명성과 강도가 뛰어나다. 인쇄하기도 좋아 활용 범위가 넓다.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롯데케미칼 타이탄은 3월 말레이시아 과학대학 등과 이 같은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 말 완료를 목표로 하는 이번 연구자금은 롯데케미칼 측이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각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활용한 PET인 'rPET' 사용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 롯데케미칼의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rPET를 공급하고, 이를 그룹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 포장, 의료, 신발 등에 사용해 플라스틱 재활용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친환경공법을 기반으로 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한국의류섬유재활용협회와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폴리에스터 재생기술은 기존 공정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은 33%,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8%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초강경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재활용품 수거체계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페트병을 비롯한 폐플라스틱 공공비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을 중심으로 공공비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재생원료를 최종 수요처 등과 연계해 적체 완화뿐만 아니라 저품질 중심의 재활용 시장의 체질 개선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공공비축과 함께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격연동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 제도는 재활용품의 가격변동이 큰 경우 민간 수거업체가 공동주택에 지급하는 재활용품 매각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의 '수거 거부'를 막기 위한 방침이다.

    환경부 측은 "이번 대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재활용 업계의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