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력 M&A 후보 거론구 대표 취임 초기부터 '내실' 집중20대 국회 종료, 합산규제 사실상 일몰... 하반기 M&A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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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유료방송 시장의 매물로 나온 가운데, 유력 인수합병(M&A) 후보자로 꼽히는 KT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구현모 KT 대표가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은 만큼, 딜라이브와의 M&A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채권단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새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딜라이브는 2000년 1월 설립된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이 전신으로, 가입자 201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케이블TV 사업자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LG헬로비전 11.92% ▲티브로드 9.02% ▲딜라이브 5.98% ▲CMB 4.7% ▲현대HCN 3.95% 순으로 집계된다. 국내 사모펀드(PEF) MBK와 호주계 맥쿼리는 2008년 딜라이브를 2조 2000억원에 인수했지만, 차입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채권단에게 넘어왔다.이에 KT가 유력 M&A 후보로 거론됐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발목에 붙잡히면서 표류하게 됐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넘길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KT·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이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가 24.17% 순으로 집계된다. KT가 딜라이브와 M&A를 추진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7.5%에 달하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위배된다.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를 승인하고, 올해 4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법인이 출범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유료방송 합산규제마저 자연스레 폐기 수순에 놓이면서 KT-딜라이브 M&A 물꼬가 사실상 트이게 됐다.업계의 기대와 달리 KT는 딜라이브와 M&A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외형보다는 수익 중심의 내실을 키우겠다는 구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구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딜라이브와의 M&A에 대해서는 "관심없다"는 말로 일축하고 있다.구 대표는 과거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시절부터 인공지능(AI)기술 등을 활용해 자체 서비스 경쟁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취임 직후 조직을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동 사장 체제를 도입했다. 올해 1분기 KT는 기업 간 거래(B2B) 매출(6748억원)과 AI-디지털 전환 분야의 매출(1378억원)에 힘입어 이통 3사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3831억원)을 달성했다.구 대표가 황창규 전 KT 회장과 검찰 수사 선상에 있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 대표는 황 전 회장과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가령 구 대표의 혐의가 KT의 정관을 위반하는 부정행위로 밝혀질 경우 사임을 해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방송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 대표가 딜라이브 인수의 끈을 마냥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미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연합군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라이브를 비롯해 현대HCN, CMB 등이 유료방송 시장의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성급한 M&A가 아닌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다.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업체와도 협력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둔 상황"이라면서 "딜라이브 M&A에 대해 크게 조급함을 느끼지 않고 있어 이르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