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일자리 85.4%, 65세이상 노인…실적 올리기 급급참여자 21%만 민간에 취업…생계지원 수준 그쳐1.4兆 지자체사업 유사·중복…노동부 "성과향상 필요"
  • ▲ 새벽 서울 도심에서 노인들이 거리 청소를 하는 모습.ⓒ뉴데일리DB
    ▲ 새벽 서울 도심에서 노인들이 거리 청소를 하는 모습.ⓒ뉴데일리DB

    지난해 혈세가 들어가는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3개중 1개의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5명중 1명만이 민간으로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민간고용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평가시스템을 정비하고 유사·중복사업은 조정해 성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대응을 위해 물량공세에 나설 생각이어서 국민 혈세에 의존한 단기 일자리사업 확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26일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일자리사업 참여자는 총 740만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831만명보다 11.0% 감소했다.

    정부 일자리사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따라 △한시적 직접일자리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실업급여 등 실업소득 유지·지원사업 등이다.

    지난해 참여자는 남성 322만명(43.5%), 여성 416만명(56.2%)로, 남성은 직업훈련(112만명), 여성은 고용장려금(122만명)에 주로 참여했다.

    문제는 정부 일자리사업이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 민간 노동시장 취업을 지원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가 일자리와 임금을 직접 주는 직접 일자리사업에 참여했다가 민간 부문에 취업한 비율은 20.6%에 그쳤다. 2018년(16.8%)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직접 일자리 참여자 5명 중 1명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직접 일자리사업이 단순히 구직자의 생계 지원에 그쳤다는 의미다. 사업 현장에선 일자리사업 참여 후 전혀 다른 분야로 취업했다거나 취업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나 취업정보 안내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혈세를 직접 투입하는 직접 일자리사업을 노인일자리 중심으로 끌고 간 것도 취업률이 낮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민간 일자리와 연계해 사업을 꾸리기보다 당장 고용지표 개선에 몰두하다 보니 '직접 일자리사업=노인일자리사업'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접 일자리사업 참여자는 총 82만명이다. 이 중 85.4%인 70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정부 일자리사업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165개 사업 중 종료 예정이거나 신규 사업을 제외하고 110개 사업을 평가한 결과 성과가 낮아 'C'와 'D'등급을 받은 사업은 모두 38개(34.5%)였다. 평가대상인 정부 일자리사업 3개 중 1개꼴로 성과가 저조했다는 것이다. C등급은 28, D등급은 10개였다. 노동부는 D등급 사업은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C등급과 함께 사업개선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일자리사업도 성과관리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정부 일자리사업과 중복·유사한 사업을 없애고 사업성과를 향상하기 위해 컨설팅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지자체 일자리사업이 실질적인 관리범위에 있지 않아 일자리사업 간 연계지원이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노동부는 직업훈련은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취업알선 등 고용서비스는 현장의 수행기관끼리 연계·협업이 이뤄지도록 서비스 질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실적 때문에 공공고용서비스기관끼리 경쟁하면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정부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일자리사업을 하반기부터 차례로 정상화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일자리사업 휴직률은 지난달 말 현재 66.6%(51만7000명)에서 이달 15일 42.2%(32만9000명)로 내렸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자 일자리사업의 업무분야를 확대하고 참여요건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직접 일자리 활용이 제한됐던 방역·민원 안내 등 지자체 고유업무도 한시적으로 활용하고 필요하면 행정업무도 준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실직·폐업하거나 소득이 급감한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도 취약계층으로 인정해 직접 일자리를 지원키로 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고용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저평가된 일자리사업은 재설계해 효율화하고 직업훈련 품질과 성과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 고용서비스의 질을 개선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노인 일자리 위주의 직접 일자리사업처럼 당장의 고용지표 개선을 위한 퍼주기식 사업을 지양하지 않는 한 사업 내실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동부 한 오비(OB·전직 고위관료)는 "정부는 고용지표 개선을 정부 일자리사업의 성과로 내세우지만, 혈세를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성과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표가 떨어지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정부가 물량 공세에만 열중하면 국민 혈세에 의존하는 일회성 단기 일자리만 양산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15조9000억원, 2018년 18조원, 지난해 21조2000억원,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27조4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