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부문, 작년 이어 상반기 압승신가전 도전 집념으로 업계 위상 다져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경쟁 구도 균열 일으켜"
  • ▲ LG전자 대용량 스팀가전 중 건조기, 식기세척기, 스타일러의 제품 사진. ⓒLG전자
    ▲ LG전자 대용량 스팀가전 중 건조기, 식기세척기, 스타일러의 제품 사진. ⓒLG전자
    LG전자가 가전 부문에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미국의 전통 가전업체 월풀을 능가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글로벌 가전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신제품을 지속 개발해 시장을 두드리는 집념이 LG전자 가전의 위상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2분기 매출 12조8340억원, 영업이익 493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9%, 24.4% 감소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의 이같은 '깜짝 실적'은 생활가전이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2분기 H&A 부문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LG전자의 가전사업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7년 월풀의 영업이익을 넘어선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출액도 능가하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월풀을 뛰어넘고 글로벌 가전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통 가전을 잘하는 것은 물론 '신가전' 영역을 지속 도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신가전은 의류관리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타일러'가 대표적이다. 타 업체에서도 유사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의류관리기를 '스타일러'로 칭할 정도다.

    또 빨래 건조의 새 지평을 연 건조기와 필수가 된 공기청정기, 다이슨 등 외산이 장악했던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A9'으로 교체 바람을 일으키는 등 '신가전'을 통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스팀을 가전에 접목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며, 이 외에도 수제맥조 제조기, 가정용 식물 재배기 등을 선보이면서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DB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가전 신가전의 매출 비중은 2017년 11%에서 지난해 15%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17%로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신가전이 전통 가전보다 비교적 수익성이 높아서 신가전 비중 증가는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필두로 한 일반 가전도 실적 성장을 보태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2분기 실적과 관련해 "H&A 사업부는 내수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수익성에 기여했으며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난 국내 가전 판매가 양호한 편"이라며 "재택 시간 장기화가 가전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월풀은 북미와 남미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시장 다각화에 힘써야 하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월풀은 북미와 남미 외 지역에서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월풀은 100년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글로벌 전통 가전업체이지만, 최근 5년 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0.6%에 불과하는 등 성장이 정체돼 있다. 2018~2019년에는 역성장했다.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월풀은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월풀은 북미 지역 집중도가 높은데, 미국의 코로나 환자가 최근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회복이 더딘 추세다. 월풀의 북미 비중은 56%에 달하는 반면 LG전자 생활가전의 지난해 북미 비중은 절반 수준인 24%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월풀이 북미 시장의 위축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다만 월풀은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빌트인 가전의 강자인 만큼 LG전자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업체인 점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 LG전자에 1위를 내주었지만, 하반기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힘입어 연 매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유통망 폐쇄, 소비 위축 등 사업환경 악화는 모든 업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LG전자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전업계 1위로 올라서며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소위 말하는 전통 가전을 잘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제품을 들고 나와 시장에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노크하는 집념이 현재의 LG전자 가전의 위상을 가져온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