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H&A 매출 22조, 영업익 2조 돌파 신기록월풀, 세이프가드 불구 매출 감소세 이어져LG전자, 스팀가전 등 新가전 중심 지속 성장 예고
  • ▲ (인쪽부터) LG전자 대용량 스팀가전인 건조기,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LG전자
    ▲ (인쪽부터) LG전자 대용량 스팀가전인 건조기,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LG전자
    LG전자의 가전사업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미국 가전업체 월풀과의 격차를 대폭 좁혔다. 올해도 '트루스팀' 등 신가전을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월풀을 제치고 매출 부분에서도 글로벌 1등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22조2691억원, 영업이익 2조35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5%, 17.9%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0.6%에 달한다.

    지난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산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을 활용한 신가전의 판매가 늘어난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생활가전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부터 월풀을 넘은 이후 4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매출 1위의 벽은 넘지 못했다. 지난해 월풀의 매출은 원화 환산기준 22조8655억원, 영업이익은 1조88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LG전자의 생활가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월풀을 앞지르며 연간 글로벌 1위 달성이 유력해 보였지만 4분기에 역전당했다.

    하지만 LG전자가 매년 성장세를 달리는 것과 달리 월풀은 최근 성장이 정체돼 있다. 월풀은 최근 3년간 역성장 중이다. 양사간 성장 추이를 보면 올해는 LG전자 생활가전이 월풀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7조원가량 벌어졌던 매출 격차는 지난해 6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4년 만에 90% 이상 좁힌 셈이다.  

    북미 시장에 집중된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제조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에 잇따라 '세이프가드'를 지속 요청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 집계 결과 지난해 상반기 매출 기준 미국 내 세탁기 브랜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7%로 1위, LG전자가 16.7%로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월풀은 3위에 머물렀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 장벽 중 하나다. 미국 정부의 수입산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7년 월풀의 청원으로 조사가 시작됐고, 이듬해 2월7일부터 3년 존속기간으로 도입됐다. 세이프가드는 오는 7일 종료 예정이지만, 월풀은 또 다시 연장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월풀은 자국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에 밀리는 등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무리한 매출보다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올해도 신가전을 중심으로 생활가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의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지속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글로벌 생활가전 수요는 대용량, 위생, 건강제품 위주로 유의미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최근 시장 분석에 따르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시장과 성장시장에서 대용량 제품 등의 증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생, 건강제품 수요의 역성장 폭이 적었던 것으로 확인돼 추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에는 IT제품처럼 신제품, 신기술을 적용한 신가전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유통망 폐쇄, 소비 위축 등 사업환경 악화는 모든 업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LG전자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전업계 1위로 올라서며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소위 말하는 전통 가전을 잘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제품을 들고 나와 시장에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LG전자가 개척한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출시 첫 해인 2011년과 비교해 약 30배 늘었다.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스팀가전, 시스템에어컨 등 고부가 제품 위주의 성장으로 영업이익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며 "스팀가전의 글로벌 확산, 렌탈사업의 성장 등으로 향후 가전산업에서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