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상반기 1위… 월풀 격차 1조 이상 벌려'세이프가드' 등 월풀 견제에도 美 시장 영향력 커져'블랙프라이데이' 강한 월풀… 지난해도 4분기 역전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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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생활가전(H&A) 사업이 3년 연속 상반기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최대 경쟁사인 미국 월풀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어 올해는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 1위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월풀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리는 4분기에 박리다매를 통한 총력전에 돌입하는 만큼, 이 고비만 넘기면 진정한 '가전 왕좌'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올 2분기 매출 53억2400만달러(약 5조97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한 수치로, 당초 시장 전망치인 50억5000만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하지만 이 기간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도 약 32% 증가한 6조8000억원으로, 역대 2분기 중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월풀을 1분기에 약 7000억원 앞선 데 이어 2분기에도 8000억원가량 앞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격차를 벌리게 된다.지난해 월풀은 LG전자를 연간 매출 6000억원가량 앞서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LG전자가 상반기에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연간 매출 1위 달성이 유력해졌다.LG전자의 가전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세탁기, 냉장고 등 전통 가전은 물론 건조기, 스타일러 등 스팀가전의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최근 핵심 제품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오브제컬렉션'도 올 2분기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시장에도 출시되며 호실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특히 월풀의 주 무대인 북미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의 호황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LG전자 측은 "북미 시장에서 가전 수요가 지속 늘어나며 올해도 창원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냉장고, 오븐, 건조기, 세탁기, 무선청소기, 스타일러 등 주요 제품들의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월풀은 '세이프가드'를 요청하며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을 견제하고 있지만 영향은 미미한 상태다.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는 2017년 월풀의 청원을 계기로 2018년 2월7일 발효됐고, 올 초 2년 추가 연장됐다.LG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120만대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세탁기 공장을 착공, 이듬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테네시 세탁기 공장에 2050만달러(약 229억원)를 투입하는 등 북미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또 북미 시장에 냉장고와 오븐을 공급하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도 늘어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생활가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LG전자의 북미 매출은 올 1분기 4조28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7%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월풀과 LG전자의 북미 매출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다만 월풀이 블랙프라이데이에 강하다는 점이 LG전자의 연간 매출 1위 달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이어지는 최대 쇼핑 대목이다.월풀은 이 기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보유한 LG전자는 월풀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다. 앞서 LG전자가 2년 연속 상반기 매출 1위를 기록했음에도 하반기에 역전당한 이유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3분기까지 월풀을 앞서며 연간 1위 달성이 유력해 보였지만, 월풀이 블랙프라이데이 효과에 힘입어 하반기에만 1조원가량 앞서며 LG전자를 추월했다. 영업이익은 LG전자가 지난 2017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월풀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박리다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반면 프리미엄 제품 중심인 LG전자는 출혈 경쟁에 임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4분기 매출 격차는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상반기 격차를 1조원 이상으로 벌려놓았기 때문에 올해는 LG전자의 사상 첫 글로벌 매출 1위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