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태풍 '솔릭'에 유실…8일 화강암 부조물로 재설치독도관리소 "태풍에 취약 용접해도 날아가"…해수부 "테두리 보완"위치 변경…울릉군이 해수부와 협의없이 안내판 설치한 탓해수부, 예산 신청 안 했다가 반일 프레임에 국회에서 뒷북 반영
  • ▲ 독도 강치 부조물.ⓒ해수부
    ▲ 독도 강치 부조물.ⓒ해수부

    해양수산부가 태풍으로 소실된 독도 강치 조형물을 다시 설치했다. 하지만 강치 조형물 재설치 사업은 해수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예산 신청조차 되지 않았다가 정부의 반일 프레임에 떠밀려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독도 강치 조형물이 유실되고 재설치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해수부는 울릉군과 문화재청의 사전 협의 대상에서도 빠져 패싱(건너뛰기) 논란마저 일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8일 독도에서 강치(바다사자) 복원을 바라는 기원벽화 제막식을 했다고 9일 밝혔다. 강치는 과거 울릉도·독도 등에서 많이 서식했으나, 일제 강점기 대량 포획된 이후 개체수가 급감했다. 1990년대 중반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절멸종으로 분류됐다.

    독도 강치 조형물은 지난 2014년 해수부가 설치를 추진해 광복 70주년인 이듬해 8월 설치했다. 독도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위원회의 까다로운 승인을 거치면서 애초 동상 형태로 추진했던 조형물은 평면 부조로 바뀌고 크기도 대폭 축소됐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된 독도 강치 부조물은 2018년 소실됐다. 해수부는 그해 8~9월쯤 영향을 미친 태풍 '솔릭'에 의해 설치물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재설치된 조형물은 애초 문화재위원회가 승인한 그대로 다시 제작됐다. 화강암 재질을 이용해 너비 1.7m, 높이 1.0m, 두께 0.2m로 아빠, 엄마, 새끼 등 강치 가족이 돋을새김 돼 있다.

  • ▲ 태풍에 독도 강치 부조물이 소실된 설치현장 모습.ⓒ독도관리사무소
    ▲ 태풍에 독도 강치 부조물이 소실된 설치현장 모습.ⓒ독도관리사무소

    문제는 재설치한 부조물의 2차 소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애초 강치 조형물 형태를 높이 2m, 너비 5.5m의 실물 크기 입식 동상으로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문화재위원회가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평면 부조로 수정했다. 선착장 안내판에 덧붙이는 식이다 보니 강한 태풍이 불면 언제든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강한) 태풍이 오면 (부착하는) 설치물은 날아가 버린다"면서 "지난번 설치한 것도 벽에 비트를 박고 용접까지 했는데도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강풍 등) 마찰을 줄이기 위해 테두리를 완만하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 ▲ 강치 부조물.ⓒ해수부
    ▲ 강치 부조물.ⓒ해수부

    설치 위치는 동도 선착장 내 기존 위치보다 섬 안쪽으로 1.6m쯤 들어왔다. 독도는 천연보호구역이어서 설치물 위치를 바꾸려면 다시 문화재형상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까다로운 문화재심의 탓에 기존 승인된 설계대로 조형물을 제작한 해수부가 문화재형상변경 신청을 해야만 했던 배경에는 사업을 주관한 담당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재청의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있었다.

    강치 부조물이 소실되자 울릉군은 해당 위치에 독도가 천연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울릉군과 독도관리사무소 설명으로는 강치 부조물이 설치되기 전 해당 위치에는 문화재청의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울릉군이나 문화재청으로선 강치 부조물이 사라지자 원래 있던 안내판을 복원한 셈인데, 이 과정에서 해수부와 협의는 없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안내판이 설치된 걸 나중에 알았다. (울릉군과)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혈세를 들여 어렵게 설치했던 조형물인 만큼 재설치 여부를 물어볼 만도 한데 해수부 의견을 듣지도 않고 형상변경 절차를 밟아 안내판을 설치해버린 것이다. 울릉군과 문화재청이 해수부를 패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 해수부.ⓒ연합뉴스
    ▲ 해수부.ⓒ연합뉴스

    울릉군으로부터 패싱을 당했지만, 해수부도 독도 강치 조형물 설치에 관심이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강치 조형물 재설치를 위한 예산을 챙기지 못하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비를 확보했다. 부처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밀려 해수부가 자체 가위질을 했다는 얘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애초 독도 해양생물다양성 회복사업에 1억1000만원을 편성했는데 여기에 강치 조형물 사업비는 없었다"며 "전체 실링(예산 요구 한도)이 있다 보니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일본과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수부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찾게 됐고 당시 독도 강치가 이슈화되면서 국회에서 독도 관련 사업비가 많이 증액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해수부는 독도 관련 예산으로 해양생물다양성 회복사업만 신청했으나 이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강치 유전체 분석사업, 환동해지역 기각류(물개·물범·바다사자 등) 서식실태조사사업이 추가로 반영됐다. 사업비 규모는 애초 1억1000만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 9.5배나 늘었다.

  • ▲ 과거 강치 포획 장면.ⓒ연합뉴스
    ▲ 과거 강치 포획 장면.ⓒ연합뉴스

    설치된 강치 부조물에는 '사라져간 강치를 기념하며 비를 세운다'는 내용의 글귀가 한글과 영어로 쓰여 있다. 애초 해수부가 강치 조형물 설치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글귀에 '일본의 남획으로' 강치가 멸종했다는 내용을 넣을 건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토착왜구', '반일몰이' 프레임으로 재미를 본 문재인 정부가 다시 설치하는 부조물에 관련 내용을 추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재설치한 부조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편 일본 외무성 산하 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달 26일 유튜브에 1905년 이전부터 일본인이 독도에서 조업했다는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고, 독도 강치잡이를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