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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독도 강치 조형물 설치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또 미역국을 먹었다.
일각에서는 조형물을 동상에서 부조로 바꿀 때 이미 경관 훼손이나 조형물 소재에 관한 의견이 제기됐던 만큼 해양수산부가 문화재위원회 통과나 사업 추진 자체를 안이하게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해수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독도에 강치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한 사업안을 문화재청에 냈지만, 문화재위원회에서 독도 주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부결됐다.
독도 강치 조형물 설치는 지난해 9월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보존과 경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해수부가 제출한 설치안을 부결한 이후 8개월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번에도 경관 훼손을 부결 이유로 들었다. 해수부가 낸 수정 사업안의 조형물 형태와 부조 색상이 문화재 경관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조형물 설치 위치와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강치 조형물 형태를 입식 동상에서 평면 부조로 수정했다. 기존 조형물은 아빠, 엄마, 새끼 등 강치 가족을 높이 2m, 가로 너비 5.5m의 실물 크기로 제작하는 청동 동상 형태였다. 해수부는 이를 청동을 돋을새김한 평면 조각작품으로 바꾸어 석판에 붙이기로 했다. 크기도 가로 1.5m, 높이 0.3~0.5m로 대폭 축소했다.
설치 위치는 같은 동도 선착장 내에서 좀 더 가드레일 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번에는 청동 색깔을 문제 삼았다. 주변 벽색이 콘크리트색이어서 어두운 데 비해 부조의 황동색은 너무 튀어 눈에 거슬린다는 설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판의 황동색 말고 오히려 강치 고유의 색을 고려했더라면 주변과의 이질적인 느낌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이런 의견이 제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재청이 거듭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를 부결 이유로 내세우면서 부조의 재질을 지적하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해수부 사업안과 관련해 "청동으로 조형물을 제작하는 것인데 관광객에게 볼거리는 제공할지 몰라도 경관은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재질도) 기존 시설물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까다로운 문화재심의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국가 표준영정 등의 제작에 참여했던 윤여환 충남대 회화과 교수는 "이런 류의 심의는 매우 까다로워서 참여자 절반쯤이 심의과정에서 포기한다고 보면 된다"며 "민감한 문제인 독도까지 연관돼 있으니 어떻게든 부결시키고 싶은 심의위원들을 꼼짝 못 하게 발표자료 준비를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가 민감한 독도 문제와 관련해 사업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해수부 관계자는 "독도 강치 조형물 설치는 해양생물 보호라는 측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외교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재질을 튀지 않는 것으로 다시 검토해 수정안을 마련한 뒤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