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엑소더스…상반기 2조 빠져수시입출금 러쉬…두 달새 65조 급증0%대 금리 및 경제 불활식성 인식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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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은행 고객 김 모 씨는 2년 전에 가입한 정기예금이 만기 됐으나 고민이 깊어졌다. 항상 정기예금이 만기 되면 재예치해왔으나 현재 예금금리가 0%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자금을 마냥 그대로 둘 수도 없어 수시입출금에 잠시 넣어두고 다른 투자처를 고심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의 매력이 뚝 떨어지면서 시중자금이 갈팡질팡 하고 있다.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기성으로 잠시 맡겨지는 일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은행 수시입출금은 5·6월 두 달간 62조7000억원 급증했다.

    4월에만 해도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두달 새 각각 30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특히 법인은 물론 개인 자금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수시입출금은 사실상 현금 개념으로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뜻한다. 자금을 자유롭게 맡기거나 찾을 수 있는 대신 금리는 0.1%대로 사실상 이자가 거의 없지만, 일정 기간 돈을 묶는 정기예금과 달리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1~6월 수시입출금 증감액(107조6000억원)은 이미 2019년 연중 규모(65조9000억원)를 뛰어넘었다. 그만큼 올해 대기성 자금 수요가 폭증했다는 의미다. 

    반면 정기예금은 엑소더스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3월까지만 해도 정기예금 유입이 지속됐으나 ▲4월 -1조2000억원 ▲5월 -3조3000억원 ▲6월 -9조8000억원으로 감소 폭이 점점 확대됐다. 

    특히 올해 1~6월 정기예금 증감액(-2조3000억원)은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2019년 한 해 48조3000억원이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기예금의 탈출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시입출금 잔액(791조2000억원)이 정기예금 잔액(714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듯 정기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까지 인하하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0%대로 추락했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규제비율의 한시적 완화로 은행들의 예금유치 유인이 약화한 데 따른다.

    또한 부동산시장은 물론 주식·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시기를 찾기 위한 자금들이 일시적으로 수시입출금으로 향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급증한 영향도 막대하다.

    일각에서는 시중에 자금이 순환되지 않으면서 '돈맥경화(돈 흐름 막힘)'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요구불예금이 급증하는 것은 그만큼 돈을 굴릴 일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서다.

    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 매력이 없어지면서 중도해지도 늘어나고 있다"며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동시에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 장기화와 불안정한 경기가 그대로 투시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