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 치열9월 배터리 데이서 '차세대 제품' 공개 전망각국 정부 그린뉴딜 정책 가속화… 배터리 시장도 高高
  • ▲ '2019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S. ⓒ연합뉴스
    ▲ '2019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S. ⓒ연합뉴스

    '전기차 1위' 테슬라를 필두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폭풍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가속화되면서 2025년에는 차량 판매량이 10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역시 괄목할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는 전 세계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S LR+(Long Range Plus)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이 모델은 최대 주행거리가 391마일(629㎞)에서 402마일(647㎞)로 향상됐다. 한 번 충전시 500~600㎞까지도 충분히 주행이 가능해 내연기관 차량과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 됐다.

    핵심은 배터리다. 배터리 생산을 수직계열화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배터리 기술력에서도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된다. 실제 2012년 모델S를 처음 선보인 테슬라는 8년 만에 배터리 용량을 60kWh에서 100kWh로, 주행거리를 335㎞에서 647㎞까지 끌어올렸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가격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제한된 공간 내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단위부피당 높은 용량을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명도 길어야 하며 주행 중에는 전달되는 충격을 견디고 저온·고온에서도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춰야한다. 전기차의 주행 성능이 배터리 성능과 직결되는 셈이다.

    테슬라는 9월 '배터리 데이(Battery Day)'를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테라 팩토리(Tera factory) 증설 △배터리 셀 가격을 내연기관차 기준 적정가격 수준(Price parity)으로 알려진 kWh당 100달러 달성 여부 △배터리 성능 개선을 통한 주행거리 및 수명 향상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기존 생산설비인 기가 팩토리(Giga factory)보다 더 큰 규모의 테라 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생산시설의 약 20~30배에 달하는 규모로, 자동화 비중을 높여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생산속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캐나다 배터리 조립 자동화 설비업체인 Hibar system을 인수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언제,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예단하기 쉽지 않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약 150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게 됨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Roadrunner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독자적인 배터리 셀 양산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한 테슬라의 프로젝트 명이다. 기존에 비해 원가 절감, 에너지 밀도 개선, 내구 수명 향상 등 한 단계 발전된 차세대 배터리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Maxwell technologies를 2억달러에 인수하고 셀 실험 생산라인을 구축해 배터리 자체 개발 및 생산을 추진해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목표는 명확하다. 차세대 저비용 고성능 배터리를 대량 양산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셀을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앞서 나가겠다는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 시장에서도 선두주자"라고 판단했다.

  • ▲ 연도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및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좌), IEA(국제에너지기구)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망. 자료=IEA. ⓒ하이투자증권
    ▲ 연도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및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좌), IEA(국제에너지기구)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망. 자료=IEA. ⓒ하이투자증권

    테슬라가 경쟁사들보다 기술 연구개발에 더욱 적극적인 것은 단순히 배터리 사업을 수직계열화해 차량가격과 직결되는 배터리 원가 절감을 도모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여파에도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6월 전기차 판매량은 1만8598대로, 지난해 6월에 비해 116% 뛰었다. 특히 승용차 중 전기차 비중은 8.4%로, 같은 기간 3.4%에서 크게 증가했다. 프랑스도 판매량이 2만990대로, 5월에 비해 193% 급증했다.

    독일의 경우 2019년 11월 전기차 보조금을 4000유로에서 6000유로로 50% 인상한데 이어 6월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에 전기차 정부보조금을 기존 3000유로에서 6000유로로 확대했다.

    프랑스는 승용 전기차 보조금을 연말까지 대당 6000유로에서 7000유로로 상향했으며 기존 차량을 폐기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1만2000유로를 보조하는 등 기존보다 강화된 전기차 관련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역시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전기차 교체 보조금으로 6000파운드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김홍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자동차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사업 지원 정책이 주변 국가로 확산될 경우 유럽 전기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각국의 환경정책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확장일로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매년 발간 중인 Global EV Outlook을 통해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1963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210만대와 동일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 NEF 또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코로나19로 인해 170만대로 감소하겠지만, 2025년에는 850만대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 전지 가운데 중대형 전지의 주요 수요처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이와 나란히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0년 120GWh 수준에서 2025년 885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2020년 130억달러에서 2025년 832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원석 연구원은 "최근 각국 정부들이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대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기조를 강조하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전기차 산업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 및 연비 규제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출시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