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인수 후 4년여 적자'해운맨' 안중호 대표 진두지휘 되찾은 EGT 2대주주… 새 모멘텀
  • ▲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팬오션
    ▲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팬오션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책임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간 팬오션은 하림그룹 편입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었으나, 곡물 사업에서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안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미국 곡물터미널 인수를 계기로 그룹과의 시너지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 8일 장내매수를 통해 팬오션 주식 3200주를 확보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3350원으로 약 1100만원 어치다. 이번 매수로 안 대표 팬오션 주식은 5120주가 됐다.

    안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팬오션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안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대표에 오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8년 4월 9일 1920주를 취득한 이후 2년 만에 자사주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이는 안 대표가 본격적인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62년생인 안 대표는 지난 1989년 범양상선 입사 이래 31년간 해운 외길을 걸어 온 베테랑 '범양맨'이다. 오랜 기간 해운 영업 각 분야를 두루 거치며 국제적 감각과 마인드를 갖춘 국제영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안 대표가 부임한 이후 팬오션은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를 통해 26분기 연속 흑자행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미국 곡물터미널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팬오션은 벌크 해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해운선사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때 부침이 있었으나 지난 2015년 하림그룹 편입 이후 연속 흑자행진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1% 상승한 6834억원을, 영업이익은 27.3% 상승한 64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거뒀는데, 이는 하림그룹 편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5년 하림그룹 편입과 함께 뛰어든 곡물사업에서는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곡물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으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팬오션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곡물사업은 2016년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7년 영업손실 25억원을 냈다. 2018년에는 영업손실이 7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다시 영업손실 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곡물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는 ABCD(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번기, 카길, 루이드레퓌스)로 통칭되는 메이저 곡물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데다 작황에 따른 변동이 심해 불황기에는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상사들이 여러 트레이딩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팬오션은 곡물 트레이딩만 전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다만, 글로벌 4대 메이저 회사가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흑자를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 대표도 취임 이후 곡물사업 흑자달성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팬오션은 지난 14일 미국 법인을 통해 이토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미국 곡물터미널 운영회사 EGT의 지분 36.25%를 인수, 최대주주인 글로벌 곡물기업 '번기'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EGT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있는 56만㎡ 규모의 수출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출터미널은 저장설비와 육상 레인, 부두, 하역설비 등 최신식 곡물수출시설을 갖춰 옥수수, 대두, 소맥 등 곡물을 연간 900만톤 처리할 수 있다.

    팬오션은 이번 지분 확보로 국제 곡물 유통의 80% 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메이저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취급 곡종의 다양화와 신규 시장 개척 등을 통해 곡물 트레이더로서의 위상을 제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팬오션 관게자는 "이번 사업 진출을 통해 곡물 트레이딩 사업 역량 강화와 그룹사와의 시너지 증대를 예상한다"면서 "기대감은 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곡물 사업에서의 흑자달성 시기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