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전무 등 고위임원 줄신청기업 증인·참고인 증가세… 18대 76명→19대 120명→20대 126명 ‘갑질이슈’로 호통·면박 국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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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금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우려했던 총수들의 줄소환은 없지만, 대신 사장과 전무 등 고위임원들이 줄지어 증인으로 신청됐다.
'급'이 낮아지긴 했지만 이래저래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실제 추석 연휴직전까지 주요 기업의 대관파트는 '회장님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해마다 9~10월이면 겪는 기업들의 '국감 트라우마'다.
21대 국회의 첫번째 국감은 7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실시된다. 코로나 여파로 예년과 달리 최소인원의 기업인 증인을 기대했지만 큰 차이가 없다.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8대 국회의 기업인 증인신청은 평균 76명이었다. 19대는 120명으로 늘었고 20대에는 12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국감도 증인과 참고인을 합칠 경우 100여명을 넘을 전망이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FTA 체결로 이익을 본 기업들이 피해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기부실적이 저조한 점을 들어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석에 앉히려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증인목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부사장급 임원으로 변경됐다. 5대 그룹 입장에선 한숨 돌린 셈이다.하지만 오너급 인사가 증인으로 소환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보건복지위와 정무위로부터 증인으로 신청됐다.
특히 정무위는 올해 국감에서 기업인 16명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지난해 보다 오히려 3명이 늘었다.서경배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등을 물을 예정이다. 조현범 사장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불렀다. 조 사장은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 관련 갑질 사태와 관련해 증인석에 선다.서 대표와 조 사장의 공통점은 ‘갑질 이슈’로 국회에 소환된 것이다. 과거처럼 의원들이 기업 오너에게 고함을 지르고 면박을 주는 ‘호통국감’은 줄겠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인다.한 재계 관계자는 “가맹점이나 계열사 이슈는 관련 임원 등 실무진을 증인으로 신청해 질의를 해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며 “21대 국회들어 초선의원들이 많다 보니 굳이 오너를 증인석에 앉혀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행태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민간과 기업에 대한 감사로 변질된 지 한참"이라며 "21대 국회들어서도 정치권이 기업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나쁜 관행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증인·참고인으로 기업인을 8명, 환경노동위원회는 7명을 신청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서보신 사장 등 4명이 증인으로 신청돼 ▲정무위 ▲환노위 ▲산자위 국감장에 출석한다.
펭수 증인신청으로 화제를 모았던 과방위에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나오고 산자중기위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보건복지위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증인으로 신청됐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인 증인채택이 올해 역시 무더기로 이뤄졌음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울러 경영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때보다 힘든 만큼 증인들에 대한 모욕과 부적절한 질문 등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