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육아휴직자 2016년 5292명→올해 8월 2541명, 52%↓ 평균 연봉 1억원 육박하는 은행원도 저출산 여파 피하기 힘들어 신규채용 줄이고 미혼직원 늘면서 자연감퇴, 은행권 육아지원 박차
  • ▲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연합뉴스
    저출산, 고령화로 매년 육아휴직을 가는 근로자들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고급일자리로 분류되는 은행에서도 육아휴직자가 4년 사이 절반 밑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소득층이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나 평균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은행원들 역시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은행의 육아휴직자는 2016년 5292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올해 8월 기준 2541명으로 집계됐다. 약 4년 사이 52%(2751명)나 줄어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양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출산휴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넘어 비교적 고연봉을 받는 신의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도 저출산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의 출생통계와 인구동향을 보면 국내 출생아수는 지난 2015년 43만8000명에서 2016년 40만6000명, 2017년 35만8000명, 2018년 32만7000명, 2019년 30만3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18만820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만8018명)보다 9.5% 줄었다. 1970년 관련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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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 역시 2015년 1.24명에서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1분기 0.90명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 평균인 1.63명보다 뒤처져 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는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출산과 육아 대책을 마련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다양한 묘책을 운영 중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을 비롯해 육아휴직 분할사용, 육아휴직 기간 최대 3년으로 확대, 남성육아휴직 1개월 이상 사용 권장, 직장어린이집 확대, 여성위원회를 통한 일‧가정 양립 추진 활동 등이다. 

    최근들어서는 난임휴가와 태아검진 휴가도 확대하고 있으며, 육아휴직을 끝내고 온 복직자를 대상으로 별도 교육과정을 제공해 복귀 조기적응 지원은 물론 복직자를 위한 파트타임 근무를 도입한 곳도 있다. 

    국민은행은 육아로 인해 자기개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직원을 위해 자녀 동반 교육인 '자녀와 함께(위키드 with kids)'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이 교육을 받는 동안 자녀는 과학, 미술, 음악, 체육 등 프로그램 참가와 공연관람 체험 등을 지원한다. 

    은행권에서 육아휴직 최대 3년 제도를 맨 처음 도입한 기업은행은 임신·육아 중인 직원들을 위한 단축 근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한 직원들은 급여 삭감 없이 하루 두 시간까지 단축 근무할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도 조정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든 직원들이 휴가를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반반차’ 제도를 도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영업점 감소와 디지털전환 등의 여파로 신규채용을 줄이고, 미혼직원이 늘면서 육아휴직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으로 인해 지위상승과 부차적 기회상실 등을 우려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도 일부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