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이사회 열고 구본준 고문 계열분리 결정상사·하우시스·판토스 등 분리 유력구 고문 중심 또 하나의 범LG그룹 탄생 예고완전한 홀로서기 나선 구광모 회장... 새로운 리더십 앞세워 미래사업 육성 속도
  • ▲ 구본준 LG그룹 고문(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LG
    ▲ 구본준 LG그룹 고문(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LG
    구광모 LG 회장의 숙부이자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독립할 채비에 나섰다.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는 LG가의 전통이 4세 경영까지 이어지며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생활건강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구본준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이후 신설될 새로운 범LG그룹에서도 4세 경영이 점쳐진다. 현재 LG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구 고문의 장남인 구형모 씨가 아버지를 도와 새로운 그룹을 이끌게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무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의 계열사 일부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에 나서는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과 구 고문이 이처럼 계열 분리를 추진하게 된데는 지난 2018년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을 잇게 된 구광모 회장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창업주인 구자경 명예회장 이후 그룹 경영권의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며 2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에 이어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구 회장이 LG그룹 총수에 오르면서 그룹에 남아 경영에 참여했던 숙부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 구본무 회장이 병석에 있던 기간 동안 구 고문이 경영을 총괄하기도 했지만 구본무 회장의 타계 이후 LG가의 전통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광모 회장이 총수가 됐다.

    구 회장이 총수에 오르면서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를 매각하고 아버지가 보유하고 있던 ㈜LG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속해 일찌감치 지배구조를 다졌다.

    하지만 구 고문이 그룹에서 상당 기간동안 전자와 디스플레이 등의 사업을 맡아왔던 탓에 계열 분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사, 물류 중심의 계열 분리 방안이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동시에 구 고문이 전자·통신 계열사 중 일부를 맡게 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었다.

    결과적으론 LG그룹의 명맥을 이어갈 구 회장이 핵심 사업인 전자와 화학, 생활건강 등을 맡으며 100년 기업으로 LG를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그룹이 이 사업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꾸준히 발굴해왔고 기업 규모 측면에서도 쉽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들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취임 후 지난 3년 간 특별히 미래사업 발굴이나 핵심 인재 양성 등에 관심을 표하며 관련 행보를 이어왔다. 전자나 디스플레이, 전장부품 등의 사업에서 굵직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는 등 힘을 실었다. IT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자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해 LG그룹의 미래 육성에 의지를 드러내왔다.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구광모 시대를 맞아 기존보다 더 빠른 속도로 LG식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40대 젊은 총수의 장점을 살려 불확실성이 큰 미래 사업 환경 속에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구 고문이 독립해 신설하는 또 하나의 범LG 그룹에서도 4세 경영시대가 막이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 고문의 장남인 구형모 씨가 이미 LG그룹 내에서 일하며 사실상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이번 계열 분리를 계기로 아버지와 함께 독립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구 씨는 1987년 생으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4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해 현재는 일본 법인에서 책임(차장급)으로 일하고 있다.

    다만 당장 경영에 투입되지 않고 당분간 신설 그룹에서 경영 수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 아직 30대인 구 씨가 아버지인 구 고문 밑에서 일정 기간 일을 배우면서 본격적인 4세 경영을 준비하는 수순이 유력하다. 이후에는 LG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범 LG가의 또 한명의 4세 경영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