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고문, 상사·판토스·하우시스 중심 계열분리...이사회 의결인적분할 방식으로 신설 지주사 설립...내년 3월 이사회 통해 지분 교환 결정해 완전한 '독립'계열분리 큰 변화서 안정 추구한 구광모號 정기인사...신규 부회장 선임하며 독립 체제 완성
  •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이 상사와 하우시스, 판토스 등의 계열사를 분리하고 새출발에 나선다. 그룹과 가문의 전통에 따라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고문은 떠나고 취임3년 만에 명실상부한 구광모 시대를 열어가게 됐다.

    26일 ㈜LG는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 분리안을 의결했다. 구 고문은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 5개사를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이들 5개사를 인적분할해 신설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3월 이사회를 거쳐 계열 분리를 추진한다. 내년 5월 1일자로 신설 지주회사가 LG그룹으로부터 완전 독립하게 되는 수순이다.

    계열 분리 형식은 일각에서 예상됐던 바와는 다소 다르게 신설 지주회사를 설립해 통으로 독립하는 방향을 택했다. 인적분할 방식으로 신설 지주회사가 설립됐기 때문에 주주 구성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고 현재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는 구본준 고문이 향후 신설 지주사와 ㈜LG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최종 거래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반도체 설계 회사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의 분리안도 이번 이사회에서 함께 결정됐다. 앞서 전자와 화학 분야에서도 오랜기간 경영을 맡아온 구 고문이 떠나는 LG그룹의 사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자금력으로 분리가 가능한 두 회사를 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밖에도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는 판토스도 이번 분리안에 포함됐다.

    구 고문의 독립에 함께 하는 LG인들의 큰 윤곽도 공개됐다. 신설 지주회사는 구 고문과 함께 송치호 LG상사 고문,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가 함께 이사회 멤버로 꾸려졌다.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등 4명의 사외이사진도 함께 꾸려졌다.

    전날 정기 인사 발표로 36년 간의 LG맨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구 고문의 계열분리 신설 회사에 합류하게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 부회장은 대표적인 구 고문 측 인사로 알려진 인물로 이번에 LG 생활을 마치고 나와 새로 꾸리는 구 고문의 그룹에 합류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구 고문 측 이사회 구성원 명단에서는 이름이 빠졌다.
  • ▲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 ⓒLG
    ▲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 ⓒLG
    이번에 본격적인 계열분리 절차가 시작되면서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등을 중축으로 사업을 꾸려갈 전망이다. 지난 2018년 대표로 취임한 구 회장은 그동안 연료전지, 수처리, LCD 편광판 등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상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는데 이번에 계열분리가 완료되면 지난 3년 간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일단락 짓고 주력 사업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3년차에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에 진행되는 숙부의 계열 분리와 맞물려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는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해 완전한 구광모호(號)를 구축하는데 방점을 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전날 하현회 부회장을 대신해 LG유플러스를 이끌 인물로 내부 출신인 황현식 사장을 CEO로 임명하며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으로 입사해 20년 이상 통신영업전략을 담당한 통신 전문가로, 최근에는 이동통신과 인터넷TV, 초고속인터넷 등 스마트홈 부문을 통합한 컨슈머사업 총괄을 맡으며 CEO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한상범 부회장의 용퇴 이후 정호영 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부회장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날 정기 인사를 통해 최초의 여성 전무가 임명되는 등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하며 구광모 식 인사 혁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구광모 체제 돌입과 동시에 가장 이목이 쏠려 있는 부분은 그룹의 핵심 사업인 전자와 화학에서의 인사와 이에 따른 조직 개편이다. LG전자와 LG화학은 이날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정기 인사를 확정짓는다.

    LG전자에선 지난해 새롭게 CEO 자리에 앉은 권봉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 사장은 LG전자에서 오랜기간 TV사업을 이끌어왔고 최근에는 위기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까지 맡다가 CEO로 발탁됐다.

    올해 CEO로서의 첫 성적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두면서 취임 1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더불어 앞서 구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던 시절에도 권 사장이 멘토 역할을 맡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구광모호에 권 사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LG화학 인사는 오는 12월을 기점으로 전지사업 분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게 되는 전지사업의 초대 CEO에는  현재 LG화학에서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현 사장이 유력하고 김 사장과 함께 LG화학을 떠나 에너지솔루션 행이 결정된 인사들이 대거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