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제도 구조적 변화 및 실효성 판단지난 한달간 준법위 객관성-중립성 여부 점검최고경영진 의지 및 준법감시 조직 강화 기대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DB
    삼성이 준법경영 시스템 강화를 위해 도입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한달 동안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3명 중 2명이 이 같은 의견을 내면서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양형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시선이 모아진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8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된 전문심리위원 3인의 평가 의견이 공개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파기심 첫 공판을 시작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에 준법위 설치 및 활동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재판부 요구에 따라 지난 1월 준법위를 출범시키고 운영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준법위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법과 원칙의 준수'를 조직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잡게 하는데 막중한 임무를 갖고 출발했다. 출범 이후부터 발생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명하고 전문가를 통해 시행 과정을 평가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열린 공판기일에서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홍순탁 회계사를 선정했다. 이들은 그간 재판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등을 추진하고 준법위가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해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 등 활동성과를 평가해왔다.

    특히 이번 공판은 재판부가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이 부회장 양형에 반영될 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 강일원 위원과 김경수 위원은 삼성이 준비한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 및 지속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특히 준법위의 경우 외부독립기구로 잘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내부 준법 시스템도 한층 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기에 내부 임직원들의 면담 결과 경영진들의 준법제도 확립 의지도 재확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강일원 위원은 "현장점검 결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증권의 준법감시조직 위상이 강화되고 인력도 보강됐다"며 "내외부 제보 시스템도 강화됐으며 기간이 짧아 대부분 민원성이었지만 실제로 제보는 증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최고경영진이 위법행위를 하려면 회사 내부 조직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준법감시 강화로 내부조직을 활용해 위법을 하기에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준법감시위는 회사 밖 기구로 최고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상당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었고 독립적,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관계사 내부 준법지원인과 면담 결과 준법지원인 역할도 활성화되고 있고, 회사 내부 준법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준법위는 관계사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언론에 공개하고 위원회 총사퇴까지도 생각한다는데 준법위원들의 이런 의지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김경수 위원은 현장 점검을 진행한 결과 삼성의 강한 준법 의지와 외부 준법감시위원회와 연계를 통한 위법행위의 사전 방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정치권력과의 관계설정',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최고경영진 불법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를 삼성의 준법통제나 감시의 핵심 문제로 보고 점검 활동을 했다. 

    이번 평가는 준법 시스템에 대한 추상적인 평가로 어떤 준법감시 체계가 적합한지 중점적으로 점검했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실효적 제도라면 점검·조사가 미흡했더라도 제도는 보완 가능하며, 제도적 미비가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김 위원은 제도가 완벽해도 준법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를 운영하는 관련자들의 준법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점검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현장을 방문해보니 준법위는 외부에 설치돼 최고경영진 감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내부 준법감시조직도 위상과 권한, 역할이 강화됐다"며 "최고경영진도 준법감시관련 사항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최고경영진이 불법행위를 결정하더라도 관계사 대표이사나 임직원들의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외부후원금 지출 등. 준법감시위와 지원인들이 촘촘하게 감시하면 총수의 불법지시가 있더라도 꼼꼼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과거에는 내부 준법지원인이 찾아내더라도 대응이 어려웠는데, 외부 준법감시위원회와 연계해 위법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며 "최고경영진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들 위원들은 준법위가 새로운 준법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을 의뢰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강 위원은 "준법위 권고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라며 "최고경영진이 준법감시위를 약화시키거나 폐지시키거나, 준법위 권고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준법위 설명으로 지금 시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위원은 삼성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