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서 미래 비전 발견벤처투자·인재발굴 이어와계열 분리, 본격화되는 구광모 시대 'AI' 전폭 투자 예고3년간 2천억 투입, 직접 R&D 뛰어들어향후 대규모 M&A 추진 이어질 가능성 커져
  • ▲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LG
    ▲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LG
    내년 취임 4년차를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사업 개발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다. 숙부인 구본준 LG 고문이 계열분리를 결정한 이후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이 추려지는 동시에 미래사업 투자 분야도 AI로 초점이 모아지는 모습이다.

    구 회장이 취임 초부터 꾸준히 강조해왔던 AI 분야에서 연구·개발(R&D)과 인재 확보, 더 나아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위한 베팅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전날 그룹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LG AI Research)'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연구원은 디지털 전환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최신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AI 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전담하게 된다.

    신설 LG AI 연구원은 향후 3년 간 2000여 억원이 투자될만큼 LG그룹에서 무게를 두고 추진하는 분야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투자에 참여하고 LG경영개발원 산하에 두고 운영된다.

    이번 AI 연구원 설립에는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의 미래 비전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이번 AI 연구원 출범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AI 분야에서 도전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신설 연구원에 힘을 실어줬다.

    구 회장은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강조하며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서도 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 분야 중 AI에 특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이미 취임과 동시에 AI를 LG그룹의 미래사업으로 낙점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AI의 가능성에 확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18년 설립된 벤처투자 자회사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LG전자 벤처투자 펀드를 통해 AI분야 신기술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중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에 참여한 곳으로, 주로 로봇이나 모빌리티, AI 분야에 투자를 이어왔다. 초기 출자금만 5000억 원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R&D 거점을 확보하는데도 취임 초기부터 속도를 냈다.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 도쿄에 각각 신사업 발굴을 위한 R&D센터를 마련하면서 구 회장이 무엇보다 LG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 ▲ 이홍락 LG AI 연구원 최고 AI사이언티스트 ⓒLG
    ▲ 이홍락 LG AI 연구원 최고 AI사이언티스트 ⓒLG
    이 가운데서도 특히 인재를 확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에 신설되는 AI 연구원에서 주력하는 부분 중 하나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연구원 자체적인 인사 시스템과 평가,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파격적인 대우도 약속하는 것이었다.

    업계 최초로 'C레벨'의 AI 사이언티스트 직책을 만들면서 '구글 브레인' 출신의 이홍락 미국 미시건 대학교 교수를 영입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AI 석학 중 한명으로 LG AI 연구원에서 원천기술 확보와 중장기 AI 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1977년생으로 40대 초반인 이 교수가 조직의 리더 중 한명이 되면서 LG AI 연구원도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앞서 구 회장은 LG전자 전 CEO였던 조성진 부회장을 통해서 글로벌 곳곳의 AI 인재를 찾아나서기도 했다. 조 전 부회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AI를 비롯해 로봇,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글로벌 IT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며 인재 확보를 위해 발로 뛰었다.

    이처럼 취임 후 줄곧 AI 분야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던 구 회장은 올해 본격적인 단독 경영체제를 준비하며 AI 분야에 더 큰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벤처투자나 인재 확보와 같은 작업을 물 밑에서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자체적인 R&D와 직접적인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 먹거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까닭에 IT업계와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번 AI 연구원 설립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룹의 미래사업 개발을 위한 빅 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 회장 취임과 함께 LG전자가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 인수를 마무리 짓긴 했지만 초반부터 구 회장이 추진했던 딜은 아니라 구 회장의 비전과 색채가 묻어나는 대규모 M&A에 또 한번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로선 AI 분야에서 빅 딜이 이뤄질 확률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LG그룹은 지주사와 계열사 차원에서 다양한 M&A 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 이 같은 관측이 실현될지에 이목이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