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TF 꾸려…신한은행, 내년부터 리보연동 신규계약 중단국책은행 SOFR 채권 발행…기업銀, 대체금리 적용시 65억 손실고객 분쟁 예고, 집단소송 우려도…리보금리 상품 신속히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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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의 기준점’으로 활용된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거래 시 적용되는 금리)가 내후년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객입장에서 리보고시 중단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과 분쟁 가능성에 신속히 대비하고, 대체금리 연동상품을 빠르게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늑장대응으로 금융사들의 준비도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보고시 중단에 따른 은행의 전반적인 대응 속도와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리보금리 중단에 대한 은행권 대응은 규모와 역할에 따라 상황이 달랐다.

    다수의 해외법인과 지점을 보유한 시중은행은 준비 필요성을 비교적 명확히 파악해 세부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계은행 역시 글로벌네트워크 체계를 바탕으로 선제적 준비태세를 갖췄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리보금리 산출중단 대비 이행 계획서’에 따르면 은행권은 ▲리스크평가와 관리 ▲계약변경 고객 안내 시행 일정 ▲대체조항 포함 대출약정서 마련과 추진 방안 검토 ▲금융소비자 보호 마련 ▲회계처리 등 총 5가지에 대한 은행권 공동 대응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체조항마련과 기존계약 갱신, 리보계약 축소, 리보연동 신규계약 중단, IT시스템 변경, 리스크 측정과 평가가 있는데 이에 대한 은행들의 일정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외국계은행 대응 적극, 인터넷은행 리보연동상품 없어

    대응 조직 규모가 비교적 큰 시중은행은 해외규제당국의 움직임을 사전 파악해 리스크 인식과 평가,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관리나 전산시스템 등의 준비를 일부 마쳤다.

    신한은행은 은행 내 23개 부서가 참여하는 리보 중단대응 내부 TF를 구성해 주요사안을 논의하고 필요시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리보연동 금융상품의 익스포져를 줄이기 위한 작업도 시작했다. 우선 리보연동 외화예금 판매를 중단하고 고정금리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고정금리 외화대출만 취급을 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대체금리 기반 외화대출과 파생상품 등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 ▲ 신한은행 리보금리 대응 일정ⓒ신한은행
    ▲ 신한은행 리보금리 대응 일정ⓒ신한은행
    국민은행은 2022년 이후 만기도래하는 신규‧기존 외화 채권에 대한 대체조항을 반영했으며, 리보연동 계약 고객에 대한 안내문도 마련했다. 자본시장부문의 전산시스템도 일부 업그레이드한 상태다. 

    우리은행도 지난 10월 말 파생상품 관련 대체금리 적용을 위한 전산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달에는 리보 익스포져 조회와 전산거래 개발을 시작했다. 

    외국계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 차원에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국내에서 2021년 이후 파생상품 잔액을 보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IBOR(은행간금리) 변화를 안내하는 메일 발송을 마쳤다. 또한 리보 연동 파생 거래 잔액이 있는 고객들을 우선으로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그룹차원에서 각 국가별 리보 익스포져를 분석하고 직원들에 대한 사이버 연수를 실시했다. 또 무위험지표금리(RFR) 연계 금융상품 위원회인 NPAC 운영을 통해 리보연계 상품을 줄이고 RFR 연계 상품 거래를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리보 연동 외화표시 자산이나 부채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수은, 대체금리 ‘SOFR’ 채권 선도적 발행

    국책은행은 미국 국채 담보의 환매조건부 채권(Repo) 1일물 금리(SOFR)에 연동한 외화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했다. SOFR는 리보의 미국 시장 대체금리로 제시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9월 14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2억 달러(약 2361억원)의 SOFR 채권을 발행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SOFR에 연동된 외화 채권(변동 금리)을 1억달러(약 1183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리보금리 중단 대응 TF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상품별로 대응해오고 있으며, 내년부터 리보 연동 신규계약을 중단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대체금리를 적용한 평가손익을 분석한 결과 이자율 파생상품에서 변동금리를 대체조항 금리로 대체해 평가시(2019년 6월 기준) 약 600만불(약 65억5500만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체금리 전환시 손익 분쟁 가능성 커…당국차원 가이드라인 필요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리보금리 대응 과정에서 평기손익에 따른 고객과의 분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리보연동 상품을 대체금리로 변경시 평기손익을 비교하면 은행별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로 인한 분쟁이 집단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마련한 대체조항 포함 대출 약정서에 리보금리 전환관련 영향 등을 명시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대체금리로 전환시 기존 리보금리와 동일한 금리로 대체되지 않을 수 있으며 ▲거래 당사자의 재무적 상황 등에 부정적인 영향과 기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해외은행에서 이미 사용 중인데 고객에게 리보금리 전환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 고지하기 위함이다. 

    정우철 삼정KPMG 상무는 “은행들은 대체금리로 인한 소비자 분쟁 우려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자문을 받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TF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고객에게 공정가치 차액을 설명하기 위한 리스크요인 등록부터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들은 리보 금리 익스포져를 줄이기 위해 리보금리 사용 신규계약을 축소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해 가급적 무위험지표금리(RFR) 금리 연동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게 가장 이상적”라며 “충분한 사전 설명과 고지의무를 이행하고, 안내서 발송을 넘어선 적극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