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마그나'에 5천억 베팅취임 초 AI 이어 '전장'으로 미래사업 축 완성구본준 고문과 계열분리 앞두고 구광모號 LG 밑그림 드러내
  • ▲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 ⓒLG
    ▲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 ⓒLG
    내년 취임 4년차를 맞는 구광모 LG 회장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앞서 그룹의 미래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결단에 나서 주목된다. 취임 초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최근 예고한데 더해 이미 10년 가까이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자동차용 전장 분야에서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공시를 통해 자동차 부품사업(VS) 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해 글로벌 3위 전장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51대 49 합작 방식으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분할되는 그린사업에는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과 인버터, 차량 충전 및 구동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신설되는 합작회사의 지분 가치는 총 9억 2500만 달러(약 1조 원)로 이 중 LG전자가 절반을 투자하게 되는 구조다. 앞서 지난 2018년 전장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인수했던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에 1조 4000억 원을 투입했던 것에 이어 전장사업에 또 한번의 대규모 베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장사업에 잇따라 투자를 아끼지 않는 LG의 결단에는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아버지 아래서 경영수업을 받던 시절부터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 분야에 특히 관심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한데 이어 이번 LG전자의 마그나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가 붙은데도 구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마그나와의 합작사 설립으로 LG전자는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온 차량용 전장사업에서 본격적으로 고객사를 유치하고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VS사업부문 내에 두고 키워오던 전기차 부품 관련 사업에 보다 전문성을 더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취임 4년차를 맞는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신성장동력은 또 있다. 이번 전장사업 투자에 앞서 공을 들였던 'AI'가 LG의 또 다른 미래 정체성으로 성장하고 있다.

    AI는 구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각별히 신경썼던 분야 중 하나다. IT 산업의 첨단에 있다고도 여겨지는 AI는 구 회장과 같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지속적인 투자 의지가 없다면 쉽게 정복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최근 AI를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LG AI Research)'을 설립해 향후 3년 간 2000여 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 분야 인재를 영입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구글 브레인' 출신의 AI 석학인 이홍락 미국 미시건 대학교 교수를 영입해 신설되는 AI연구원의 첫 C레벨 AI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책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구 회장이 자신의 비전과 색채를 드러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밝히는데는 조만간 본격화되는 홀로서기를 염두에 둔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8년 고(故)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숙부인 구본준 고문이 동행하고 있었기에 그동안은 구 회장만의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는 않았었다. 내년을 기점으로 구 고문이 계열 분리를 하게 되면서 구 회장의 경영색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40대 젊은 경영인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신사업에 추진력을 싣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리더십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한다. 특히 이번 마그나와의 합작사업이나 배터리 사업 분사 등과 같이 집중적으로 투자와 육성이 필요한 분야를 발 빠르게 솎아내 과감한 투자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기존 LG그룹의 경영 스타일과는 남다른 시도에 나섰다고 해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이후 서서히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내년을 기점으로 과감하고 다양한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