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애물단지로 전락한 평생계좌 서비스 오픈뱅킹 앞두고 경쟁력 제고, 고객 유치 차원요구불계좌 있어야 서브 계좌로…입금만 가능
  • 저축은행이 뒤늦게 외우기 쉬운 특정 숫자로 지정하는 평생계좌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오픈뱅킹 시대에 대비하고 고객 유입을 위한 차원이지만 시중은행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평생계좌가 저축은행에는 효용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통합전산망을 이용하는 67개 저축은행에 평생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평생계좌란 휴대폰번호나 학번, 군번,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특정 번호 등 고객이 쉽게 기억하는 숫자로 계좌번호를 만드는 서비스다. 

    개별 전산망을 쓰는 웰컴저축은행은 2월 업그레이드 예정인 모바일뱅킹 웰컴디지털뱅크 3.0버전에 평생계좌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KB저축은행 역시 평생계좌 서비스를 도입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관련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

    저축은행이 평생계좌를 도입하는 것은 상반기 중 제2금융권에도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객 유치는 물론 고객 이탈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모든 은행의 조회, 결제, 송금 등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오픈뱅킹 시대에 저축은행 이용고객의 편의성을 시중은행 못지않게 높이면서 다양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앞서 시중은행이 2004년부터 평생계좌 서비스를 선보였고, 당시 은행들은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복잡하고 의미 없는 계좌번호 대신 자신과 연관된 숫자를 직접 선택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 서비스 초반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카카오, 토스 등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상대방 연락처만 알면 돈을 쉽게 보낼 수 있는 간편송금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은행들도 자체 송금서비스를 내놓는 등 평생계좌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2014년에는 금융감독원이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계좌에 사용하는 것을 두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고, 각종 금융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서비스 사용 중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후 은행들은 평생계좌를 입금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가입 제한을 두는 등 운영 방식을 개편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서비스를 아예 중단한 은행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계좌를 찾는 시중은행 고객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기존 가입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국이나 은행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역시 금융사고 가능성을 감안해 입금만 가능하도록 했다. 저축은행 요구불계좌를 보유해야 서브 계좌 형태로서 평생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조차 평생계좌를 애물단지처럼 여기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뒤늦게 서비스를 도입한 만큼 서비스 경쟁력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편의성 측면에서도 입금은 편리하게 가능하지만, 출금할 때에는 고유 계좌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점도 불편 요소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평생계좌를 도입한 지 16년이 지났고, 디지털금융 확산과 빅테크·핀테크 활성화로 서비스 경쟁력이 퇴색됐다"며 "저축은행의 경우 주거래 계좌가 많지 않아 이를 대안 할 수는 있겠으나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