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ITC 판결 한달 앞두고 여론전 도마 위에대웅제약-메디톡스 보톡스 소송전 배터리와 유사… 상처뿐인 영광 그쳐LG-SK, 천문학적 소송 비용 부담… "합리적 수준 합의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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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소송과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공방도 다시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이번 소송전의 경우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장외 여론전도 격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4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LG에너지솔루션을 대상으로 한 특허무효심판 청구 8건이 모두 각하됐다며 승기를 잡았다는 자료를 내면서 한층 격화되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ITC 소송 진행 과정이 배터리 전쟁과 비슷하게 진행된 점을 비춰보면 지속된 비방전은 양사 모두에 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TC는 오는 2월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 비밀' 소송 관련 최종 판결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분야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까지 탈취해갔다며 ITC에 제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채용 절차는 적법했고 탈취당한 영업비밀을 명확히 하라고 반박에 나서며 소송전도 2년여간 이어지고 있다.

    당초 ITC 최종 판결은 지난해 10월 5일이었지만 10월 26일로 연기된 이후 12월 10일, 올해 2월 10일로 미뤄진 상태다. 이에 양사간 배터리 공방은 여론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종판결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런 양상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문을 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4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제기한 특허 무효심판(IPR) 청구 8건이 모두 각하됐다며 승기를 잡았다는 뉘앙스의 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팩트 검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특허심판원의 결정은 ITC에서 진행중인 특허소송과 별개일 뿐더러 지난해부터는 무효심판(IPR)에 대한 정책도 변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상 원고가 ITC 또는 연방법원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는 해당 절차에서 특허 무효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특허의 세부 쟁점별로 특허 무효심판(IPR)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PTAB는 작년 초부터 IPR 결과보다 소송 결과(ITC, 연방법원)가 먼저 나온다고 판단되면 중복 청구를 이유로 IPR의 개시를 각하하는 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특허청장은 2020년 9월 24일 이같은 결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을 독려했으며 PTAB는 ITC 소송에 계류중인 특허에 대한 IPR을 모두 각하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PTAB가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의 특허 무효심판 각하 결정은 소송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정책에 따른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PTAB은 특허 무효심판을 각하하면서 그 결정 이유에 '특허의 무효성과 관련해서는 SKI가 제기한 8건 중 6건에 대해 SKI가 합리적인 무효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판단'했다"며 "‘517 특허'에 대해서는 강력한 무효 근거(a reasonably strong case on unpatentability)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사실상 LGES가 이긴 것’, ‘SK이노베이션이 뭘 믿고 저렇게 버티는지 모르겠다’, ‘최소 3조원 이상을 받아낼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이번 소송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비판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비판결 결과가 최종판결에서 뒤집어진 적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ITC 소송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에서 이기며 10년간 대웅제약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LGES-SK이노베이션 소송과 같이 전면 재검토 판결이 이어졌고 결국 최종판결에서 ‘일부 승소 및 21개월간 수출금지’라는 예비판결을 무색케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에 양사는 서로가 승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양사는 이내 항소할 뜻을 밝히고, 끝까지 가겠다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양사 모두가 패자가 된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분석한다. 대웅제약-메디톡스는 막대한 소송 비용을 치르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앞으로 더 많은 소송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송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가장 효율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PTAB(미국 특허심판원)에서의 신청이 모두 각하돼 기회를 상실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의 주장대로 지난해초부터 중복 청구를 이유로 무효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이 시작됐다면 왜 비용까지 들여가며 8건을 신청한 것인지에 대한 해명은 없이 본인들의 실수를 유리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양사가 할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연방법원은 PTAB의 조사 결과를 준용한다"며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2만7000여건의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양사가 소송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차츰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양사의 소송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해외에서 해외 로펌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집행하며 싸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예비판결에서 졌으니 막대한 합의금을 내놓으라’는 LG에너지솔루션과 ‘구체적인 영업비밀침해 입증이 먼저, 이를 근거로 합리적 수준의 합의금 도출하는 것이 먼저’라는 SK이노베이션 각자 나름 논리적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양사의 피해 K-배터리의 후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합리적 수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양사의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