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최태원 이어 카카오 김범수 엔씨 김택진 합류무협 15년만에 기업인 회장… LS 구자열 추대젊은 피 수혈 잇따라, 反기업법 무력감 만회 기대일각 구심점 없어 관변단체 한계 여전 지적
  •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에 새 얼굴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숱한 기업규제법이 출현한 가운데 재계의 대국민 소통 역할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가장 많이 바뀌는 곳은 대한상공회의소다.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된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시소프트 대표가 부회장단에 합류한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 대기업 총수가 활동했던 대한상의에 IT기업 대표가 합류함에 따라 외연확장이 기대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들이 평소 ESG 경영에 관심이 컸던 최 회장과 좋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역점으로 내세운 ESG경영과 합류한 두 사람과의 지론이 거의 일치한다"며 "젊은 피 수혈로 어려운 경제위기 속 활로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15년만에 기업인 출신 회장이 탄생했다. 무역협회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오는 24일 정기총회에서 31대 회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부친인 고 구평회 회장에 이어 부자가 무역협회장을 맡게 됐다.
  • ▲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한 경제사절단.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뉴데일리
    ▲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한 경제사절단.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뉴데일리
    무역협회에는 2006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희범, 사공일, 한덕수, 김인호 회장에 이어 현재 김영주 회장까지 모두 관료출신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미중 갈등이 점차 진영화되면서 통상교섭력 제고가 절실한 이때 기업인 출신 회장 취임은 의미가 남다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발빠른 통상교섭이 필요한데, 적극적인 소통채널 구축에 강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5대 경제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후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해 위상이 추락한 이후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4번째 연임 중이다.

    전격적인 인물교체에 그동안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에 무기력했던 경제단체들의 쇄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계의 대관 협상력이 눈에 띄게 쪼그라든데다, 지난해 총선에서 182석 거여(巨與) 정당이 출범하면서 속절없이 밀리기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52시간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기업규제3법이나 노조법, 중대재해법 등 각종 핵심현안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라며 "올해 확실한 성장률 반등을 위해선 국민들에게 다양한 친기업 정책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여당이 제안한 당정청 회의에 경제계 인사를 포함시키는 3+1 협의체가 새로운 소통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 회장에게 "한국판 뉴딜 등 경제정책에 대해 경제계와 흉금을 터놓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벌개혁을 앞세우는 정부여당 공세 속에서 최 회장이 구심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정권은 1년 남았다 하지만 거여 의석은 아직 3년도 더 남았다"며 "재벌개혁의 기본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