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人사이드]"이봐, 해봤어?" 곳곳에 '도전' 유산 남겨 아무도 가보지 않은 '스마트모빌리티기업' 박차
  • ▲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 설치된 아산 흉상.
    ▲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 설치된 아산 흉상.
    "모험이 없으면 큰 발전도 없다. 세상일에는 공짜로 얻어지는 성과란 절대로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창업 1세대,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한 말이다. 

    오는 21일이면 정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20주기를 맞는다. 범현대그룹 기업들은 사내 행사를 개최해 그의 업적을 기린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차분하고 조촐히 행사를 진행한다. 

    예년처럼 떠들썩하게 아산을 기리지는 않게 됐지만, 위기의 순간이기에 오히려 그에 대한 추억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1915년 11월25일 강원 통천군에서 태어난 정 명예회장은 소 판 돈 70원을 들고 상경해 맨주먹으로 시작해 일군 현대그룹은 지금은 범현대가로 모습을 바꿔 곳곳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 창립을 시작으로 1950년 현대건설을 출범시켜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서산 간척지 개발 등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촉진시켰고,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세계적인 기업의 초석을 다졌다.

    아산은 산업 현대사 곳곳에 '도전'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재계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대표되는 아산의 도전정신은 달랑 설계도 한 장 들고 그리스 해운업자 조지 리바노스를 찾아 26만톤급 유조선 두 척을 팔아치우는 기적을 낳았다. 

    역경과 고난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활용한 DNA는 여전히 유효하다. 범현대그룹에서 쪼개진 그룹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곳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산이 만들어 놓은 발판으로, 정몽구 명예회장 취임 이후 2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자산은 31조723억원이었다. 삼성, 현대, LG, SK에 이어 자산 기준으로 재계 5위였지만, 현재는 삼성그룹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산의 경영철학인 도전정신은 지금의 현대차에도 관통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장손 정의선 회장에게 조부의 경영철학과 사업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를 이은 '정의선 회장' 시대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정 회장이 취임하면서 아산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하며 조부의 신화 재현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부문에서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 4위에 오르며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로봇·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아산의 도전과도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정 회장의 경영행보의 특징이다. 순혈주의와 연공서열에서 탈피한 인사체계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들과 가진 온라인 타운홀미팅에서 UAM·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하는 자율주행이나 수소연료전지, UAM, 로보틱스 같은 부분은 빠르게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서 선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다 내년이다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UAM이나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부분이 앞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회장은 올해가 정 명예회장의 타계 20주기인 점을 언급하며 도전정신에 이어 신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정주영 창업주가) 가장 중요하게 지킨 것이 신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사업에 성공해서 계속 키워나갈 수 있던 것이 고객에 대한 신용,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던 분에 대한 신용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로봇·UAM 등 차세대 혁신 기술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하며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결단이 현대家 특유의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한다. 

    아산의 20주기를 맞아 오는 20일 생전에 머물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 범현대가 직계 가족과 친지들이 모일 예정이다.

    추모위원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개척해 온 아산의 기업가 정신과 몸소 실천한 나눔과 소통의 철학이 시대를 넘어 청년 세대의 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