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도 쿠팡처럼 1년만에 매출 2배 누적 적자 2600억… 적자 개선 풀어야할 숙제수도권 한정적인 물류시스템도 과제
  • ▲ 김슬아 컬리 대표ⓒ뉴데일리 DB
    ▲ 김슬아 컬리 대표ⓒ뉴데일리 DB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데 이어 마켓컬리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나섰다. 올 초까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던 마켓컬리가 궤도를 수정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건 쿠팡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마켓컬리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 마켓컬리도 쿠팡처럼 1년만에 매출 2배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연내 상장 추진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컬리는 '국내외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지만, 사실상 쿠팡처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의 몸값도 높게 책정할 것이라는 기대다.

    쿠팡과 컬리는 닮은 점이 많다. 쿠팡에 ‘로켓배송’이라는 최대 강점이 있다면, 마켓컬리에는 ‘샛별배송’이 강점이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점 ‘프리미엄’ 신선식품으로 마켓컬리는 강남 젊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컬리의 정기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 따르면 2015년 29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연결기준)은 지난해 9523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전년(4259억 원)보다 123.5% 증가한 수치다. 이는 최근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쿠팡의 성장세와 맞먹는다. 쿠팡의 작년 매출액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 원)으로 2019년(7조100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 역시 2배 이상 치솟으며 1조 원을 넘보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2배 이상 덩치를 불리며 미국 증시 입성에 성공한 것처럼 마켓컬리 역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소비 증가 덕을 톡톡히 봤다. 

    컬리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이력 역시 김범석 쿠팡 의장과 공통점이 많다. 김슬아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거쳐 힐러리 클린턴의 모교인 미국 웰즐리 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골드만삭스·맥킨지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범석 대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2년 간 근무했다. 두사람 모두 미국 유명 대학교 정치학과 출신으로, 해외 자본시장에서 초반 커리어를 쌓아 화려한 인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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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적 적자 2600억… 적자 개선 숙제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와 쿠팡의 상황을 다르게 평가한다. 쿠팡은 국내 전국 총 168곳에 깔린 압도적인 물류 시스템 '풀필먼트센터'를 내세워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김포 물류센터를 포함 총 4개의 물류 센터를 운영 중인 만큼 서비스 지역도 서울·경기 지역으로 제한된다.

    마켓컬리의 성장성은 신선식품이라는 한정적 콘텐츠에 머무르는데, 신선식품도 국내에서 고지를 차지하진 못했다. 국내 신선식품 1위 이커머스 업체 SSG닷컴에 밀리는 상황이며, 백화점까지 신선식품 빠른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어 마켓컬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는 컬리가 상장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2018년 337억원이던 컬리의 영업손실은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98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작년 영업손실은 1162억 원으로, 직전년(112억 원)보다 150억 원 가량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누적 적자는 2600억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물류 역량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에 따른 것이다. 쿠팡 역시 덩치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이어온 바 있다.

    상장을 추진하려면 실적 개선과 상품군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쿠팡의 경우 전국에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덩치는 불려나가면서도 실적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 쿠팡은 2018년 1조1280억 원이던 영업손실을 작년 5257억 원으로 줄여 2년 연속 30% 내외로 적자를 줄인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모 측면에서 쿠팡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증시 입성 때 몸값을 높이려면 적자를 줄이는 한편, 틈새 상품군과 수도권에 치우친 사업을 확대하는 등 두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