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 전기차용 윤활유 선도… 에쓰오일은 인도 시장 공략2025년까지 연평균 13% 성장 전망…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도 공급 채비
  • ▲ 자료사진. SK루브리컨츠 'SK 지크 제로'. ⓒSK이노베이션
    ▲ 자료사진. SK루브리컨츠 'SK 지크 제로'. ⓒSK이노베이션
    국내 정유업계가 '알짜배기' 윤활유 사업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전기자동차로 모빌리티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윤활유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에 없던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향후 시장 성장세도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4사는 윤활유 전담 조직을 확대 운영하거나 윤활유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력인 석유사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시장 선점은 물론, 수익 다각화에도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전기차 전용 윤활유를 공급하는 등 친환경 윤활유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전기차용 윤활기유 시장 글로벌 1위 회사로 꼽히는 만큼 윤활유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부터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을 시작한 SK루브리컨츠는 최근 2년간 연평균 33%의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SK루브리컨츠의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는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130만대 분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SK루브리컨츠 측은 "1분기 판매량 추세로 봤을 때 최대 세 배까지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는 전기차별로 특화된 윤활유 제품을 개발해 전기차 시장에서 윤활유 제품 공급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윤활유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에쓰오일은 지난해 글로벌 첨가제 제조사, 완성차업체들과 함께 전기차에 최적화된 4종의 윤활유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제품 판매에 돌입한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윤활유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에서도 윤활유를 생산하기로 했다.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9월 인도의 윤활유 1위 기업인 걸프오일윤활유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도 현지에서 자사의 최고급 윤활유인 '에쓰오일 세븐'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음달 '배터리 쿨링 플루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배터리 쿨링 플루이드는 전기차 내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기를 식혀주는 유체로, 일종의 배터리 내부 소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기존 영업본부 내에서 관리되던 윤활유사업본부를 독립 출범시켰다. 지난해 충남 대산 윤활유공장 증설을 마치면서 윤활유 사업을 확대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올 하반기 하이브리드차용 윤활유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 4월부터 친환경 가솔린 엔진용 윤활유인 '현대 엑스티어 울트라' 시리즈 11종을 출시한 이후 또 다른 친환경 프리미엄 윤활유 개발도 한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정유사에 비해 윤활유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 5위권 이내로 진입했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미주,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도 전기차용 윤활유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 확대 대열에 합류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하이브리드차 전용 엔진오일 'Kixx HYBRID(킥스 하이브리드)'는 완판됐다. GS칼텍스는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보고 이 제품의 정식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을 상대로 수요, 판매 가능성 등을 협의 중이며 판매처가 확정되는 대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자료사진. 에쓰오일 인도 시장서 'S-OIL SEVEN' 윤활유 런칭 이미지. ⓒ에쓰오일
    ▲ 자료사진. 에쓰오일 인도 시장서 'S-OIL SEVEN' 윤활유 런칭 이미지. ⓒ에쓰오일
    윤활유는 연비 개선, 자동차 배기 시스템 수명 연장을 돕고 미세먼지와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제품이다. 특히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윤활유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아닌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인다. 여기서 필요한 윤활유의 역할은 전기·전자부품과의 접촉이 많은 만큼 기존 윤활유의 특성 외에 전기·전자부품에 대한 부식 방지, 에너지손실 최소화, 출력 저하 방지 등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일부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해 엔진과 기어박스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돼 있다. 이 경우 두 군데 모두 함께 써도 괜찮은 윤활유가 필요하다. 국내 정유업계는 그동안 고급 윤활유 판매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첨가제 제조사, 완성차업체들과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휘발유와 경유 등 전통 정유사업 수익성이 코로나19 여파로 꺾이면서 윤활유 판매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휘발유나 경유 판매량은 줄었지만, 윤활유는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넣어줘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안정적이다.

    실제 윤활유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정유4사가 윤활유 부문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1조457억원에 달한다. 전체 영업손실이 5조727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활유 부문이 손실을 상당 부분 메꾼 셈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의 윤활유 수출 역시 전년대비 9.5% 증가한 1742만배럴을 기록했다.

    게다가 아직 블루오션이다. 전기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가 적어 마진율이 높다. 윤활유 교환주기가 긴 데다 기존 내연기관 윤활유보다 들어가는 양도 적어 수요도 크지 않다. 기존 윤활유의 교환주기가 5000~3만㎞이지만, 전기차용 윤활유는 10만~15만㎞다.

    정유업계는 친환경차 이용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고부가가치 윤활유 제품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친환경차 물량에 공급하는 수준으로, 유럽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정유사들이 많지 않다"며 "통일된 규격도 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환경 규제 추세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윤활유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윤활유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모델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유사들의 친환경 윤활유 사업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윤활유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전기차 시장조사기관 EV볼륨즈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462만대에서 2025년 1276만대로 증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30년까지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이 연간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