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과 라인업 교체 실패… 코로나 충격까지지난달 판매 현대차 28.9%↓, 기아 27.5%↓'현대 속도' 상징인 베이징 1공장 매각 추진"2023년 회복 기대"
  • ▲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 ⓒ베이징현대 홈페이지
    ▲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 ⓒ베이징현대 홈페이지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에서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사드 보복과 라인업 교체 실패,  코로나 여파 등이 겹친데다  가성비를 앞세운 소형 차급 위주 전략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3만1212대(소매 기준)를 팔았다. 지난해 동월보다 2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27.5% 줄어든 1만5012대 파는 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1.9%, 0.9%로 집계됐다.

    사상 최악이라던 지난해 점유율 2.3%, 1.1% 보다도 더 떨어졌다. 2010년대 1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각각 44만대와 22만5000대로 2016년 179만2022대와 비교하면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대했던 아반떼, 라페스타 등 주력차급은 더욱 위축됐다.

    판매 부진은 자연스레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1조152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둥펑위에다기아의 6498억원을 더하면 두 회사의 영업손실은 2조원에 육박한다.

    실적 부진은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내에서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현대차·기아 판매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반떼 등 세단 위주 라인업을 고집하면서 SUV와 프리미업급 차량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샀다.

    그 사이 독일과 일본 업체는 소비자 입맛에 맞춘 고급 차를 내놨고, 중국 현지 회사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판매를 빠르게 늘려나갔다. 낀 신세가 되면서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급기야 현대차는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자 베이징 1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전기차 업체 리샹이 60억위안(약 1조500억원)을 투자해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1공장은 현대차가 2002년 중국 베이징기차와 지분 50 대 50으로 합작해 만든 첫 생산기지였다. 중국 현지 쏘나타를 처음 만들기 시작하면서 2008년 2월에는 누적 100만대 생산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가 중국에 빠르게 안착하는 것을 보고 ‘현대 속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옛얘기가 되어 버렸다.

    사드 보복 조치 여파로 2019년 4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이래 공장은 계속 멈춰서있다. 기아의 경우도 비슷한 시기에 옌청 1공장 문을 닫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현대차·기아가 풀지 못한 마지막 글로벌 숙제로 남아 있다”며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과 비교해 부진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고 아쉬워 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미래차와 더불어 글로벌 톱티어를 노리는 현대차 입장에선 결단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는 현대차는 우선 준중형 및 중형급 SUV와 고급 라인업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니밴 카니발, 전용 다목적차(MPV) 등 그동안 없었던 신차를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진은 특정 지역에서의 전략의 실패가 원인”이라며 “당분간 부진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연구원은 중국 경영 여건이 개선되는 시기로 2023년을 제시했다. 그는 “사업체제 전환 등 중장기 노력을 감안할 때 2023년부터 의미 있는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