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실적 1~2년 후행당장은 후판가 상승 등으로 외려 적자행진삼성중 741억 손실, 대우조선 41억 적자전환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수주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조선사들의 분기실적이 초라하다.

    빅3 모두 반년만에 연간 수주실적의 70~80%를 달성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장부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수금 보다 인도금이 많은 '헤비테일 계약' 특성상 수주성과는 1~2년 뒤에나 반영되기 때문이다. 

    외려 당장의 실적은 조선 원가의 15~20%에 달하는 후판가 상승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상 조선사들은 배를 만들어 선주에게 인도하기까지 대부분 스스로 자금을 조달한다. 대략 인도시점에 받는 금액이 60%를 넘다보니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높은 재무부담을 지게 된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은 741억원으로 15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도 4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한국조선해양은 78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지만 전년 동기대비 15% 준 숫자다.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삼성중공업은 가장 큰 골칫덩이인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수렁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드릴십 재고 평가손실은 214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분기 영업손실 5068억원의 42%에 달했다. 2분기도 엇비슷한 실정으로 영업익을 갉아먹고 있다.

    회사측은 드릴십 매각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연말까지 해당 비용을 1년 추가해 인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거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드릴십 매각 등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2023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설비 시장의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며 "기존 매각 협상자 등과 계속 드릴십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41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019~2020년 수주 불황 여파와 후판 가격 상승의 악재가 겹쳤다.

    기실 대우조선은 실적 답보 보다 현대중공업 인수합병 지연에 따른 영업 불확실성이 더 우려스럽다. 2019년부터 추진한 합병은 2년이 넘도록 매조짓지 못하고 있다. 장기 수주 전략과 비용 경쟁력, 재무구조 등에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에도 780억원 가량의 영업익이 기대된다. 하지만 1년전 보다 15% 가량이 줄었다.

    수주가 쏟아지고 선가도 오르고 있지만, 후판 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부담이 커진 탓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후판 인상분을 매출 차감과 공사손실충당금의 형태로 2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조선해양도 이 여파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톤당 115만원까지 오른 후판가격이 조선업계 전체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제 겨우 출혈 수주에서 벗어난 상황인데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또다시 손해를 감수하는 헐값 수주 경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침체기에도 국내 조선업이 버텨온 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며 "정부의 각종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기술 초격차도 많이 따라잡힌 상황에서 원자재 값 상승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후판가 급등의 영향이 부각되고 있으며 모든 조선사가 영향권 안에 있다"면서 "2019~2020년 수주 불황의 영향도 더해져 2022년까지 조선사들의 매출액은 전반적인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