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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맥주업계… 달콤씁슬한 '수제맥주' 시대

롯데칠성, OEM 생산으로 상반기 맥주 매출 41.1% 성장
오비맥주도 수제맥주 브랜드 KBC로 적극적 협업
자사 맥주제품 잠식 효과에도 불구하고 '솔깃'

입력 2021-07-30 11:04 | 수정 2021-07-30 11:35

▲ 편의점의 수제맥주 판매대.ⓒBGF리테일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맥주 성수기가 찾아왔지만 맥주업계의 표정이 복잡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정용 맥주시장 비중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그 과실을 수제맥주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 환경을 제공한 것도 맥주업계다. 주요 맥주업계가 수제맥주의 위탁생산(OEM)을 맡으면서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사 브랜드 맥주에 불리할 줄 알면서도 OEM 생산이 불가피했던 맥주업계의 딜레마가 있다.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OEM생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은 지난 1월부터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 생산을 시작으로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면서 OEM 생산에 앞장서 왔다. 이어 2분기 제주맥주의 제품 및 ‘곰표밀맥주’의 증산에 나섰고 오는 3분기에는 더쎄를라잇, 어메이징 등의 수제맥주 OEM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아예 중소형 수제맥주사의 제품을 육성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수제맥주 캔이되다’라는 오디션까지 진행하고 있다. 약 7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우승한 제조사의 맥주를 OEM 생산으로 대량 유통하겠다는 포부다. 

이런 적극적인 OEM의 성과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진다. 상반기 롯데칠성의 맥주 매출은 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1%가 늘었고 덕분에 주류사업의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이는 OEM 생산이 주효했다. 상반기 맥주공장 가동률이 기존 18%에서 32%로 두 배 가깝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롯데칠성의 자사 맥주인 ‘클라우드’의 판매가 여전히 저조함에도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거뒀다는 평가다. 

오비맥주도 지난 6월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를 론칭하며 OEM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적 기여도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비맥주 역시 맥주 판매량의 감소로 인해 공장가동률이 하락하던 상황에서 궁여지책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비맥주에서 위탁 생산되는 맥주는 직접 개발까지 진행하는 ODM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한달 여 만에 ‘노르디스크 맥주’를 비롯해 ‘최신맥주’, ‘백양맥주’, ‘캬맥주’ 등을 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생산량 한계로 인해 팔고 싶어도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제한적이었는데, 맥주업계가 대량 OEM 생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수제맥주 시대가 열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유흥시장의 판매가 거의 중단되면서 수제맥주는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전했다.

오히려 일부 제품은 품귀현상까지 빚으며 국내 대표 맥주로 꼽혀온 ‘카스’나 ‘테라’를 압도하는 판매량을 보일 정도다. 반면 유흥시장의 타격으로 인해 오비맥주를 비롯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은 맥주 성수기의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당연히 맥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스란히 고정비 상승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자사 맥주 브랜드에 대한 시장잠식(cannibalization)이 분명한 상황에도 맥주업계가 OEM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상황이 주효했다. 당장 자사 제품 판매에 ‘독’이 될 수 있지만 수익적인 측면에서 이 달콤함을 외면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수제맥주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당분간 수제맥주의 흥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8월에도 주요 편의점은 협업 맥주 등을 통해 수제맥주 4~6종 가량을 신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OEM 맥주 생산에 카니발리제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만 수제 맥주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가 종시되고 유흥시장이 활성화되면 다시 주력 맥주 제품에 대한 생산량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현재까지 수제맥주 OEM 생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현재까지 적정 공장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고 제품종류(SKU)가 많아 굳이 수제맥주의 OEM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당장 자사 맥주의 점유율을 해칠 수제맥주 OEM을 생산하기 보다는 자사제품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강필성 기자 feel@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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