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1월 상장1.2조 지배구조 개편 시드머니로모비스 지분확대… 글로비스 포함시 '3조+α' 가능
  • ▲ 정의선 현대차 회장.
    ▲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차그룹이 해묵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정의선 체제' 완성형을 꾀한다.

    핵심은 정 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이다.

    현재 지정감사(외부 회계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패스트트랙(우량기업 심사 간소화)을 통한 예비심사를 거쳐 이르면 11월쯤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추산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은 대략 10조원 안팎.

    지분 11.72%를 갖고 있는 정 회장은 상장 후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자금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으로 쓰이게 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을 때 발생하는 세금을 납부하거나, 직접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선택은 모비스의 지분을 높이는데 있다고 본다.

    현재 정 회장의 모비스의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차 지분도 2.62%, 기아 지분도 1.74% 수준이다.

    안정적으로 그룹 지배권을 다지려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회장이 그룹 지배권의 근간이 되는 모비스, 현대차, 기아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며 "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해 정 회장이 투자부문에 대한 지분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 ▲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재계에선 2018년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처럼 글로비스의 지분을 활용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개편안에는 모비스의 모듈, 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매각해 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외국계 투기 자본과 소수 주주 등의 반대로 철회됐다. 

    업계에선 앞서 주주 반발을 샀던 만큼 모비스와 글로비스 분할, 합병 비율을 조정하거나 시장에서 공개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편안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본다. 엔지니어링 지분은 이 과정에서 모비스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정 회장은 글로비스 23.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1조7200억원에 달한다. 글로비스 입장에서도 엔지니어랑 IPO는 호재다. 정 회장은 엔지니어링 지분까지 포함하면 '3조원+α'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변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엔지니어링 IPO가 이뤄질 경우, 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그룹 주요계열사 보유 지분율이 낮아 그룹 지배력 강화에 대한 부담이 적지않다"며 "5대 그룹 중 유일한 순환출자의 고리도 끊어야 한다는 해묵은 과제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