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95.0%·차입금 의존도 22.8%단독경영 체제 첫해, 재무지표 악화 흐름 R&D 투자 비중 감소, 경영성적 지지부진
  • ▲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는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 모습.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캡쳐
    ▲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는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 모습.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캡쳐
    현대약품의 오너 3세 이상준 대표이사 사장이 단독 경영 첫해 초라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는 악화 추세가 뚜렷한 데다 임신중단 약물 ‘미프지미소’(Mifegymiso)의 연내 허가 불투명 등 주요 추진사업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50.2%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3분기 매출액은 18.3% 늘어난 383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작년 3분기 9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억원 규모로 적자 폭을 줄였다. 
    수익 개선 흐름이 감지되는 반면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일제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말 74.7%였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95.0%로 크게 뛰었다. 작년 3분기(77.2%)와 비교하면 17.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안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대약품의 경우 2017년 57.6%, 2018년 65.8%, 2019년 75.5%로 꾸준히 늘고 있다. 

    3분기 말 차입금 의존도는 22.8%로 집계됐다. 작년 말 15.6%에서 7.2%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들어 운영자금(110억)과 시설자금(40억원)을 명목으로 장기차입금(150억원)이 추가되면서 총 차입금 규모는 397억원에 달한다. 최근 3년간 200억원 초반대를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이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 전환 이후 변화라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초 김영학 전 사장이 중도 사임하면서 이 사장은 홀로 현대약품 경영을 이끌게 됐다. 

    이 사장은 1976년생으로 창업주 고(故)이규석 회장의 손자이자 현대약품 최대주주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03년 현대약품에 입사했으며, 2011년 등기임원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렸다. 2012년 3월부터는 미래전략본부장(부사장)을 맡았으며, 2017년 11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신규사업·연구개발(R&D) 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재무건전성이 후퇴하는 동시에 R&D 투자 비중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은 2018년 10.39%, 2019년 8.77%, 지난해 7.24%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연구개발에 투입된 자금은 2018년 136억원, 2019년 118억원, 작년 96억원이다. 올해 3분기는 6.21%로 작년 3분기(8.3%)대비 2.09%포인트 하락했다. 연구개발비 역시 2.1% 줄어든 66억원으로 집계됐다. 

    임신중단 약물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 지연 등 주요 추진사업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 3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지미소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당초 심사 처리 기한은 이달로 예정됐지만 보완자료 제출 등으로 연기된 상태다. 노인성질환 치료제 ‘BPDO-1603 (BPS-034)’의 국내 임상 3상 일정도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경영에 뛰어든 첫 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경영 승계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 사장의 현대약품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4.22%(135만1612주)에 그친다. 부친 이 회장(17.88%)과 비교하면 지분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1948년생인 이 회장이 고령인 데다 내년 2월 임기 만료인 만큼 증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약품 관계자는 “(재무지표 악화, R&D 투자 비용 감소 등 관련 배경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