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실질소득 5003만원, 3.8%↑… 빚 8801만원, 6.6%↑작년 가구평균자산 5억원 돌파…집값 급등에 자가·전세 '희비'상·하위 소득격차 5.8배… 전국민 재난금 지급에 분배 개선소득증가분 72% 공적이전…지원금 거품 빼면 지니계수 악화
  • ▲ 소득 격차.ⓒ연합뉴스
    ▲ 소득 격차.ⓒ연합뉴스
    올해 3월 말 현재 국내 전체가구의 처분가능소득(실질소득)보다 빚이 느는 속도가 1.7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일해서 번 돈은 1.7% 느는 데 그치고, 사업소득은 1.4% 줄어든 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공적이전소득은 31.7%나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받은 돈'이 늘면서 소득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6일 내놓은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253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2.8%나 증가했다. 이는 통계청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함께 전국 2만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다.

    금융자산 1억1319만원(22.5%), 실물자산 3억8934만원(77.5%)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7.8%, 14.8% 증가했다. 자산 증가는 주로 집값 상승에 따른 것이었다. 실물자산 중 거주주택(2억2876만원)의 증가율이 20.7%에 달했다. 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전·월세 보증금은 12.1% 늘었다.

    집값 고공행진에 따라 자가와 전세가구 간 자산 증가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자가가구 평균 자산은 6억6162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1% 는 데 비해 전세가구는 4억6401만원으로 6.1% 증가에 그쳤다. 월세 등 기타 입주형태 가구는 1억3983만원으로 10.4% 증가했다.

    가구주 특성별로 보면 50대(5억6741만원)·자영업자(6억904만원) 가구에서 자산이 가장 많았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 가구 자산이 전체의 43.7%,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 자산이 6.5%를 각각 차지했다. 5분위 가구 평균 자산은 10억9791만원으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10억원대를 넘어섰다. 1분위 가구는 1억6456만원으로 1분위와 비교해 6.7배 차이 났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8801만원이다. 지난해 8256만원보다 6.6% 증가했다. 금융부채 6518만원(74.1%), 임대보증금 2283만원(25.9%) 등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7.7%, 3.5% 증가했다. 40대(1억2208만원)·자영업자(1억1864만원) 가구에서 부채가 가장 많았다.

    1년 후 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부동산 관련(38.2%), 생활비(27.2%), 사업자금(13.5%), 교육비(8.4%) 등을 꼽았다.

    금융권에 빚이 있는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65.5%, 빚 갚기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가구는 5.4%로 각각 1년 전보다 2.1%포인트(P), 1.3%P 감소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1452만원이었다. 가계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7.5%로, 1년 전보다 1.0%P 감소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2%P 줄어든 80.5%로 조사됐다.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지난해 기준 가구 평균소득은 6125만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근로소득 3855만원(62.9%), 사업소득 1135만원(18.5%), 공적이전소득 602만원(9.8%) 등의 순이었다. 2019년과 비교해 근로소득은 1.7% 늘고 사업소득은 1.4% 줄었다. 근로소득 증가는 최저임금 인상 등이, 사업소득 감소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보험료 부담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 비중은 1.1%P, 사업소득 비중은 0.9%P 각각 줄었다.

    반면 재산소득(342만원)은 1년 전과 비교해 3.6%, 공적이전소득은 31.7% 각각 증가했다. 재산소득은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등을 통해 증세를 꾀하면서, 이전소득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 정부지원금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가구 평균 실질소득(처분가능소득)은 5003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4818만원)보다 3.8% 늘었다. 증가율을 비교하면 빚이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실질소득이 100원 늘었다면 빚은 173원 증가한 셈이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2020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0.331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이 작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008 개선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다만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지난해 0.405로 전년보다 0.001 올랐다. 시장소득은 정부가 주는 연금, 수당, 장려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뺀 것이다. 즉 정부 지원금을 빼면 소득불평등도는 나빠졌다는 얘기다.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의 평균값으로 나눈 소득 5분위배율은 5.85배로 전년보다 0.40배P 줄었다. 고소득층의 소득 평균값이 저소득층의 5.85배라는 의미다. 역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11.37배로 전년보다 0.19배P 내렸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중위소득 50% 이하에 속한 인구수를 전체 인구수로 나눈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전년보다 1.0%P 줄었다. 통계 집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이들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과 재산소득을 인위적으로 늘리면서 소득격차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고용쇼크가 발생한 지난해 오히려 소득불균형이 개선된 데는 공적이전소득이라는 거품이 끼어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소득 증가분 중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했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난해 3대 소득·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되면서 2017년부터 4년 연속 개선세가 이어졌다"고 자화자찬했다.

    한편 조사결과 노후생활과 관련해 준비가 안 됐거나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준비상황이 잘됐다는 대답은 8.9%에 그쳤다. 잘돼있지 않거나(39.4%) 전혀 준비가 안 된(14.8%) 가구가 전체의 54.2%였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에서도 생활비에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12.3%에 불과했다. 부족하거나(38.8%) 매우 부족하다(16.8%)는 응답이 55.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