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 14.97%, 19년 만에 최고 상승폭아파트값 상승률은 작년 두 배 수준, 빌라도 작년 상회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정책 비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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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에 따라 집값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연간 상승률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 폭등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공언한 것과 달리,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8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매매가격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가격은 지난해 12월 말 대비 14.97%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2년(16.43%)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졸업한 2001년은 줄어든 주택 공급과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 규제 완화 등에 따라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전국 집값 상승률은 9.87%를 기록한데 이어 이듬해인 2002년에는 16.43%로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올해 집값 상승률도 2002년과 유사하다. 2002년 당시 연초에 집값이 월 2%대의 급등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집값이 5월(0.96%)과 12월(0.50%)을 제외하고 매달 1%대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낸 것.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20.18% 올라 지난해 상승률(9.62%)의 2.1배에 달했다. 전국 빌라(다세대·연립) 가격 상승률은 올해 6.99%로, 작년 상승률(6.47%)을 소폭 상회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폭발적인 유동성 증가, 작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급등 지속,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집값이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주택 가격 역시 18.61% 올라 2006년(20.34%)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12.50%)과 경기(22.49%)는 2006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인천(23.75%)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은 25.42% 올라 2006년 상승률(24.61%)을 뛰어넘었다. 2006년은 판교, 위례 등 2기 신도시 개발 호재 등으로 이른바 '버블세븐'(강남권 3구·목동·경기 분당·평촌·용인)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다. 지난해(12.51%)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곳은 경기·인천에 집중됐다. 경기 오산(49.30%)과 시흥(43.11%)은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0%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두천(39.26%), 안성(38.52%), 의왕(37.43%), 평택(36.61%), 의정부(36.48%), 안산(34.60%), 군포(33.91%), 수원(33.01%), 인천(32.93%), 고양(32.19%) 등도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박 전문위원은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불안을 느낀 2030세대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탈서울 내 집 마련' 행렬에 동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집값이 꺾이는 분위기지만, 올해 가파른 상승세에 따라 무주택 실수요자 등의 피로감은 높아진 상태다. 집값이 여전히 고점인데다 당장 내년부터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3단계가 본격 시행되는 등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 기회가 대폭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무주택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집값 둔화세를 두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자평하고 있지만, 1~2년새 집값이 폭등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해해야 할 것"이라며 "출범 당시 집값 안정화를 자신했던 정부는 수많은 정책 남발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