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호황 누린 다국적기업·대자산가 집중 검증 꼭두각시 법인·불공정 자본거래 방식으로 탈세최근 3년간 역외탈세 세무조사로 1.6조원 추징
  • ▲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22일 역외탈세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22일 역외탈세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국내 유명 식품기업과 반도체 회사, 수십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역외거래를 악용해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22일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물류·장비 등을 영위하는 다국적기업과 국제거래를 이용해 탈세한 자산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44명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를 확인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꼭두각시 현지법인 등을 이용한 자산가의 부자탈세 21명 ▲고정사업장 은폐를 통한 다국적기업 탈세 13명 ▲불공정자본거래 등을 통한 법인자금 유출 10명 등이다. 

    꼭두각시 현지법인을 이용해 탈세한 21명은 모두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50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총 9명이다. 이중 1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3명, 300억원 이상 2명, 500억원 이상 보유자는 1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식품기업 창업주 2세인 A씨는 자녀가 체류하고 있는 해외에 아무 기능 없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을 유보했다. 이후 이 자금을 빼내 해외부동산 여러 채를 취득·양도해 거액의 차익을 남기고 이를 현지에서 자녀에게 증여해 고가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체류비로 사용했다. 

    국내 유명 식음료기업 사주인 B씨는 해외에서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이름뿐인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운영 명목 등으로 자금을 보내 자녀가 현지에서 사업자금으로 인출해 사용하도록 하는 등 현지법인을 역외 비밀지갑처럼 활용했다. 

    다국적기업들은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으면 법인세 신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고정사업장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조세회피를 하고 있었다. 

    조사대상인 C법인은 국내 자회사에 임원을 파견해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을 지배·통제하는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회사가 단순 업무지원 용역만 제공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정사업장을 은폐했다. 

    또한 투자금액 회수 전 현지법인 청산, 관계사 주식 증여를 가장한 국내원천 유가증권 양도소득 회피 등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과세소득을 축소한 기업도 있었다.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설계제작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인 D법인은 해외에 다수의 현지공장을 보유했다. D법인은 현지법인을 청산한 것처럼 위장해 투자액을 전액 손실처리하고 채권채무 재조정을 통해 채권을 임의로 포기하는 등 관계사에 이익을 부당하게 분여하는 방식으로 탈세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역외탈세가 새로운 탈세통로나 부의 대물림 창구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고 디지털세 논의 등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탈루혐의 확인 시에는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과세주권 행사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2019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혐의자 41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총 1조6559억원을 추징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역외 블랙머니(black money) 비밀계좌 운용 등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