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승인 대신 슬롯·운수권 반납 제시향후 10년간 독과점 우려 노선 반납해야 "10년 부여 코로나 등 항공사 배려한 것"
  •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연합뉴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내 항공여객부문에서 1~2위를 다투는 거대 항공사의 합병으로 국내 항공시장의 지각변이 예고된 가운데 공정위가 내건 '조건'이 변수로 떠올라서다.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독과점 우려가 있는 미국과 유럽 등 국제노선 26개, 제주 등 국내노선 8개에 대해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국내 공항 슬롯을 의무적으로 반납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중 11개 노선에 대한 운수권도 신규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때 반납하도록 했다. 슬롯은 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를 뜻하며 운수권은 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해당 시정조치의 이행기간은 10년이며 해당 의무가 시작되는 날은 기업결합일(주식취득 완료일)로 정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기대한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사의 통합항공사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를 절감하고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지만, 슬롯과 운수권 반납이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더해 공정위가 시정조치 이행기간을 10년이라고 못 박으면서 통합항공사의 경영자율성이 약화되고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시의적절한 위기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적으로도 미주와 유럽 등 알짜 노선을 외국 항공사에 내주게 됨으로써 항공산업에서의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독과점 우려 때문에 외항사만 좋은 일 시킨다는 것이다. 
  •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조성욱 공정위원장. ⓒ공정위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조성욱 공정위원장. ⓒ공정위
    이에 대해 공정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항공사들을 배려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충분하도록 10년이란 시간을 준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저비용항공사나 외항사 등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해당 노선 진입을 하지 않은 채 10년이 흘러간다면 이것 또한 시장의 판단이기 때문에 해당 노선은 통합항공사가 다시 가져가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10년이라고 하면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에 노선에 대한 재배분이나 전체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수 있다"며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통합항공사의 독과점 노선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해당 노선에 진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마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이 이뤄진 (통합항공사가) 운수권과 슬롯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알짜 노선을 외항사에 넘겨줌으로써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슬롯이나 운수권을 배분할 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만 하라며 외국 항공사하고 차별적으로 조치를 내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 정책관은 "우리가 그렇게 하면 외국 당국에서는 자기네 국적 항공사에만 슬롯·운수권을 배분하는 형태로 조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각국이 그렇게 되면 결합한 회사 입장에서는 이중적인 조치들을 다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