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정위 전원회의서 '승인 여부' 의결노선·슬롯 반납 전제한 '조건부 승인' 유력전문가 "현재 조건, 오히려 항공업 경쟁력 훼손할 것"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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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M&A) 운명이 오늘 결정된다. 열쇠를 쥔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양사 결합을 심사할 전원회의를 오전 10시 개최했다.회의에는 조성욱 공정위원장과 9인의 위원이 참여한다. 참여위원들의 과반 투표로 결의하며, 공정위는 심사 보고서 작성에만 1년 이상을 들였다.현재 유력한 결정은 ‘조건부 승인’이다. 일부 슬롯과 노선을 국토부에 반납해, 타사에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앞서 공정위는 “일부 유럽·미주 노선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하며, 해당 건에 대해서는 회수 후 재분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업계와 전문가는 우려를 표한다. 이번 딜의 당초 취지, 아시아나가 처한 경영상황, 현 항공시장 흐름과 국내 항공업 경쟁력 하락 등 다양한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각종 규제가 전제된 조건부 승인은 사실상 합병 실익이 전혀 없다”고 비판한다.공정위 조건부 승인이 현실화될 경우 합병사에 내려질 제약은 두 갈래다. 통합사 출범부터 업부 일부를 제한하는 ‘구조적 조치’와 이후 감시활동인 ‘행태적 조치’로 나눠진다.앞서 공정위가 언급한 노선·슬롯 반납 등은 구조적 조치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2013년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US항공 합병 승인 사례를 차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미국 경쟁 당국은 두 회사 점유율이 높았던 일부 공항의 슬롯 시설 등을 LCC에 매각하라고 주문했다.‘행태적 조치’의 경우 통합사 출범 후 사업에 대한 규제다. 공정위는 “통합사는 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해 10년간 여객 공급량을 유지해야 하며, 운임 인상 또한 철저히 모니터링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공정위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해외 결합 심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가 자국 항공사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외국은 그 이상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현재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7개국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중 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은 필수 신고국가, 영국과 호주는 임의신고 국가로 나뉜다. 최근에는 임의 신고국인 싱가포르에서 승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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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LCC 산업 보호를 위한 적정한 구조적 조치는 필요하지만, 가장 우려가 큰 유럽·미주 노선에 대한 제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반납 후 장거리 노선을 소화할 LCC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다. 결국에는 알짜 장거리 노선을 외항사에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심사에 적용되는 법도 산업 특수성과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관련 배경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후 항공업 개편, 기간산업의 특수성, 글로벌 경쟁체제 등 이번 합병이 다른 M&A와는 규모가 다른 점을 다시금 새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노선·슬롯 반납이라는 구조적 조치와 공급량 유지, 운임인상 제한이라는 지나친 제약을 함께 붙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합병사 출범 후 이어질 행태적 조치들이 지나치게 상세하고, 구조적 조치와 상충되는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최근 업계에서는 2013년 그리스 에게항공-올림픽항공간 합병 건이 언급되기도 한다. 2011년 양사 최초 결합 신고 당시 EU는 “일부 노선에서 독과점 발생 우려가 높아 합병을 불허한다”는 판단을 내렸다.2년 후인 2013년에는 심사 방향이 전향됐다. 올림픽항공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해당 회사를 ‘한계경영’ 기업으로 보고, 시장에서의 퇴출을 막기 위해 인수를 허가했다. 당시 올림픽항공이 상당한 부채 등으로 마땅한 대체 인수자가 없던 점도 함께 고려했다.최근 미국 프런티어항공과 스피릿 항공이 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 극복, 이후 시장재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재 세계 시장은 코로나 이후 항공업 재편에 대비한 항공사간 인수합병이 활발한 추세다.황용식 교수는 “사실상 M&A는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을 사들임으로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 기본적 원리”라며 “항공업 핵심 자산인 노선, 슬롯 등을 제한하면서 공급유지, 가격인상제한 등의 세세한 제약을 두는 것은 오히려 대한항공이 마이너스 효과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이번 딜의 당초 취지가 아시아나의 시장 내 생존, 국가 항공업 경쟁력 유지 등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며 “공정위는 양사 결합에 있어 최소한의 ‘구조적 조치’만을 고려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